대형마트 조리식품 판매대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치킨, 훈제삼겹살, 초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아서다. 하지만 고민이 깊어진다. 뛰어난 가성비 만큼이나 맛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번에 먹기에 터무니 없이 많은 양도 걸림돌이다. 먹다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서 실종되면 가성비도 의미가 없어진다. 가격과 양에 홀려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아내의 지청구에 등 돌리는 남편들이 적지 않다.
가성비가 너무 높아 홀대받던 마트치킨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마리당 6천990원짜리 '당당치킨'을 매대에 올려놓자,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치킨대전이 발발했다. 롯데마트가 한 마리 반 분량의 '한통치킨'을 8천800원에 내놓더니, 이마트는 5천980원짜리 치킨으로 가세했다. 당당치킨은 약 40만마리가 불티나게 팔렸고, 대형마트 치킨매장엔 고객들로 장사진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의 원가가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비밀이 공개된 탓이다.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킨 가격을 인상했던 터라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폭리를 의심했다. 업체들은 재룟값, 임차료, 인건비, 배달수수료가 빠진 마트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은 원료육과 튀김유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했다고 한다.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는데 고물가 추세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에는 가맹본사, 육계농가, 가맹점주, 배달라이더, 소비자의 이해가 얽혀있다. 가맹본사의 이익이 크면 클수록 남은 사람들의 이익과 편의는 적어지거나 손실이 발생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수익은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이익과 편의를 보호해야 한다. 현실에선 반대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악명 높다. 가맹본사의 쥐어짜기 경영으로 창업보다 폐업하는 가맹점이 많을 정도다. 소비자에겐 오만하다. 비합리적인 가격 인상을 감행한다. 마트치킨이 프랜차이즈 치킨 시장을 대체할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치킨 한 마리 가격의 적정선을 따져 볼 기회를 주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안하무인 경영도 위기에 처했다. 마트치킨의 역습이 통쾌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