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가 만든 쿠키인데 드셔보세요."(인천 이주여성 올라씨)
지난 19일 오전 9시40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새싹공원. 히잡을 쓴 아랍 이주여성 6명이 공원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밝게 인사하며 쿠키와 생수를 건넸다.
새싹공원서 2시간동안 환경 정화
직접 만든 쿠키 어르신들 대접도
"주민들 만나니 부모님 생각 나"
영문을 모른 채 당황해 하던 어르신들은 이들이 입은 조끼를 보고 나서야 활짝 웃으며 "아이고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주여성들이 입고 있는 보라색 조끼엔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랍 여성들은 2시간 동안 새싹공원 주변을 다니며 직접 만든 쿠키 세트 50개를 지역 어르신들에게 나눠줬다.
공원에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 과자봉지 등을 쓰레기봉투에 주워담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민 장모(83·여)씨는 "동네 주변에 외국인이 많이 사는데 이렇게 쓰레기를 줍고, 과자를 나눠주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타국에 와서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예뻐 보였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아랍계 이주여성 12명은 최근 자원봉사 모임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을 만들었다. 인천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아랍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역 이웃들 "노력하는 모습 예뻐"
이날은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이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날이었다.
이주여성 올라(27·예멘)씨는 "처음에는 쿠키와 물을 받지 않는 분들이 있어 실망을 많이 했는데, 직접 (쿠키를) 받으러 온 분들도 있어 행복했다. 무언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들에게 쿠키를 나눠준 뒤 고향에 있는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모나(43·수단)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만나니까 오랜 기간 보지 못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이런 정겨운 느낌이 그리웠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은 매달 한 번씩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이주인권단체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사무국장은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은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아랍 이주여성들의 바람이 지역사회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