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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경제는 여러 차례 위기상황을 겪어왔다. 유엔의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북한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요인이다. 이들 요인 중 대북제재는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에 가장 큰 시련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전에도 대북제재는 있었지만 거의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2016~2017년 사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시험 발사를 연이어 감행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등 이해관계 국가들의 경제제재가 대폭 강화되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은 제재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고통이 더 커질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타협적 태도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제재만 잘 버티면 핵과 미사일 능력의 향상으로 자신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北, 한반도 주변정세 불리 기댈 언덕은 한국
경제효과 큰 중단된 광물자원 협력 재개 필요


북한 당국은 내부 정비에 주력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인도적 협력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남북관계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한국이다. 대북제재하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윤 정부가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고 있는 만큼 남과 북이 다시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고 공동번영과 통일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는 광물자원이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반면 남한은 대부분의 광물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호 정치적 갈등만 없다면 광물자원의 교역과 투자를 크게 활성화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간의 광물자원 협력은 부진했다. 그나마 소규모로 추진되었던 일부 투자와 교역 사업들도 2010년 5·24조치로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광물자원 협력은 교역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다각적인 협력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은 북한 경제의 성장 동력원으로 산업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남한이 자원의 확보와 투자 수익을 실현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적 협력 분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북한에는 총 200여 종의 광물자원이 부존되어 있으며, 특히 가격이 높으며 남한의 자급률이 1%에 불과한 철광석이나 구리, 아연 등 금속 및 비철금속 자원들이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2007년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북한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에 남북 공동 개발을 하여 일부 흑연 생산물을 반입하였으나 2010년 5·24조치로 중단됐다. 그 전 2007년 남한이 8천만달러 상당의 경공업 관련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북한은 500만달러 상당의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광산개발권을 제공했다. 이 협약에 따라 남측 조사단이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마그네사이트와 아연광산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던 중에 금강산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중단됐다.

北 변화·정부 세계평화 비전 제시 전제돼야
'비핵화' 어려워도 대화의 끈 놓쳐선 안된다


남북간의 광물자원 투자 협력은 서로에게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제공한다. 첫째, 북한 광물자원 분야에 투자로 남한은 원료자원의 수급 안정성을 제고하면서 수송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남한에서 사양화하는 비금속광물 가공산업(시멘트 요업, 도자기산업 등)의 북한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셋째, 남한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철, 제련산업의 신규 생산기지를 원료 조달이 가능하면서도 부지 확보가 용이한 북한에서 확보할 수 있다. 남한이 광물자원 투자를 확대할수록 북한의 경제성장에 기여도가 높아진다. 다만, 남북간 협력이 추진되기 위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북한의 변화된 태도다. 남북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

정부는 한반도 통일이 동북지역과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내부 공감대를 통해 소화해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최소한 남북간 대화와 교류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