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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亞洲)의 맹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역대로, 세상의 중심을 자처하는 중화민족(中華民族)은 백의민족에 굴종을 구했다. 한족(漢族)이 세운 마지막 왕조 명(明)은 조선을 아우라 칭하며 사대(事大)를 강요하고 조공을 챙겼다. 성리학(性理學)의 나라 조선은 야만이라 멸시한 만주족에도 굴복해 군신의 치욕을 맛봤다. 인조가 머리를 조아린 1637년 삼전도의 굴욕이다.

24일은 한·중수교 날이다. 꼭 30년 전인 1992년 이날 양국 외무장관은 '외교관계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한반도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등에 합의했다. 한·중이 교류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키 높이를 맞춰 공식적인 동반자 관계를 정립한 것이다. 다만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함으로써 대만과 단교하게 된다.

수교 이후 양국교류와 경제협력이 급발전했다. 교역규모는 50배 이상 늘었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한류 열풍'이 확산할 정도로 긴밀해졌다. 양국 관계 정상화는 특히 우리 외교무대를 사회·공산국가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구 유럽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교 30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대체로 양국 관계가 비약적 성장을 했으나 내용 면에선 부정적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민 8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올 상반기에 19개국 국민 2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다.

국내 여론조사에선 MZ 세대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북한보다도 낮았다고 한다.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일방적 왜곡, 사드 보복,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이 젊은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도를 넘어선 양상이다. 대만에 대한 공세를 주변 국가들로 확전하려 한다. 과도한 힘자랑은 이웃을 불편하게 한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전혀 다른 얼굴인 기형의 나라다.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가 비대칭이다. 대한민국 MZ는 공정, 자유, 인권의 가치에 민감하다. 반중(反中) 정서를 돌려세울 반전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