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물가에 장마, 이른 시기 등으로 '명절 상차림'에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물가가 오르는 상황 속 폭우에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아직 과일이 충분히 익지 않아 추석임에도 햇과일 공급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24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선 30만1천원이 필요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2만6천500원(9.7%)이 더 드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땐 40만8천420원이 소요돼 지난해 추석보다 2만4천600원(6.4%)이 더 필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수원 지동시장에서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전년 대비 6% 올랐다. 배는 그나마 가격이 10% 떨어졌지만 명태는 전년 대비 100% 올랐고, 물오징어 역시 8% 상승했다. 채소 가격도 대체로 올라 배추는 60%, 파는 21%, 청양고추도 44% 올랐다.
전통시장 기준 작년보다 9.7% ↑
작황 부진에 햇과일 공급량 부족
우크라 사태로 식용유 56% 올라
밥상 물가가 계속 치솟는 와중에 과일·채소 등의 경우 이달 초 내린 폭우가 가격상승에 한몫했다. 많은 비에 과일이 갈라지고 채소가 썩는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여기에 과일이 충분히 익기에는 추석이 다소 빨라 출하하기엔 품질이 적정치 않은 점 등도 공급량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앞서 식용유, 밀가루 가격 등이 많이 오른 점도 추석 상차림 비용이 높아진 원인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에 식용유는 전년 대비 56%, 밀가루는 36%가량 오른 상황이다.
부담이 커진 서민들의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최근 65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발급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이용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정부는 할인쿠폰 발급을 2배 이상 확대해 1천700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추석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농심은 다음 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 4월 이후 원재료 가격·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는 게 농심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농심의 대표 라면인 신라면은 10.9% 오른다. 대형마트에서 평균 736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가 820원이 되는 것이다. 새우깡과 꿀꽈배기는 각각 6.7%, 5.9% 오른다.
/강기정·윤혜경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