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직업 가운데 단 하나만을 장래희망으로 고르라는 요구를 받을 때부터일까. 직업을 개인과 동일시하는 시선이 생긴다. 하지만 장래희망이 현실이 됐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빛을 쫓는 존재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빛이 나는 존재다.
누구도 장래희망란에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직업을 가진 두 명의 사람이 있다. 한 명은 20대에 경비원, 또 한 명은 여성 청소노동자다. 현실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는, 바꿔말하면 세상을 향한 발언권이 낮은 이들의 목소리지만 그 누구의 말보다 깊은 울림과 희망을 전한다.
■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김완석 지음. 라곰 펴냄. 264쪽. 1만5천800원
29살에 경비원이 된 저자는 쉽게 상상할 수 있듯, 소란스러운 일을 자주 겪는다. 경비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감정 표현은 과격하다. 심지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뺨을 때리는 등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을 담담하게, 하지만 때로는 버겁게 견디면서 글을 썼다.
상처받은 이들 위로하는 20대 경비원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도 참아야 했고 힘든 감정도 숨겨야 했던, 참고 또 참다 보니 어느새 행복까지 참고 있었던 이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기분에 맞춰 살아야 했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남에게 관대했지만 정작 자신에게 엄격했던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남'이 아닌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펴냄. 304쪽, 1만6천800원
다섯 아이 엄마이자 청소노동자 일기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67년부터 1969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의 한반도 위기와 푸에블로호 사건, 베트남전쟁, 6일 전쟁, 1968년 5월 혁명 등 세계적으로 혼란했던 때다.
낮은 사회적 계급에 위치하고 있으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노동운동과 좌파운동, 여성운동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정치적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의 날카로운 논평과 저임금 여성 청소노동자의 생각은 50여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1987년 스웨덴 노동문학상인 이바르 루유한손 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스웨덴 1000대 고전에 선정됐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