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기아(해태) 타이거즈를 거쳐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 선수로 활약했다. 1990년대 후반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드래곤스의 수호신 역할을 한 선동열은 162경기에 나서 10승 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이란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1998년 일본 땅을 밟은 이종범도 첫해 공·수·주를 갖춘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했으나 잇따른 부상으로 2001년 시즌 국내로 복귀했다. 두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프로그램이 고정 편성됐는데, 좀체 취소되는 일이 없었다. 나고야 돔구장 덕이다. 주니치의 홈구장으로, 추위와 악천후에도 경기가 열리는 전천후 구장이다. 국내 야구팬은 날씨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경기하고 관중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일본은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했다. 팬들은 이종범이 나고야 돔 외야관중석을 훌쩍 넘기는 홈런볼의 궤적을 잊지 못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인천시청을 방문, 유정복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인천이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돔구장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인접한 스타필드 청라 쇼핑몰과 연계해 복합 스포츠·문화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찐 야구팬이다. 지난해엔 인천 연고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경기장에 자주 나타나는데, 선수들도 힘이 된다고 반긴다. 돔구장 건설의 필요성을 자주 역설했는데,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 경기장을 돌며 건립구상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종합 건축예술인 돔구장은 나라마다 외형과 쓰임새가 다르다. 일본은 축구와 야구장, 미국은 야구와 미식축구장이 많다. 축구 대륙 유럽은 축구장에 집중된다.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목동 고척 돔구장뿐이고, 축구장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고척은 아마야구경기를 할 요량으로 설계돼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빈약하다. 청라 돔은 넉넉한 부지에,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와 접한다. K-팝 공연과 e스포츠 경기가 가능한 2만명 수용규모의 복합 돔구장이 개장하면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 명물이 될 것이란 기대다. 고척과 연계해 국제대회 유치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야구팬을 즐겁게 할 복수 돔구장 시대가 멀지 않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