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p20220827102457
심준희 인천서흥초 교사는 인천 동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유냉장고 '모두의 냉장고'를 기획했다. 주민들은 냉장고에 음식 재료를 채우거나 가져가면서 이웃 간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2022.8.28 /심준희씨 제공

"나날이 증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의 행동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심준희(45) 인천서흥초등학교 교사는 인천 동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유 냉장고 '모두의 냉장고'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모두의 냉장고는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 재료나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음식을 누구나 자유롭게 채우거나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된다. 지난해부터 송림종합사회복지, 인천창영초, 창영종합사회복지관, 동구한마음종합복지관, 인천지체장애인협회 동구지회 등 5곳에 설치됐다.

심 교사는 인천동구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주민 간 음식 재료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모두의 냉장고를 제안했다.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이웃과 나누는 '아나바다' 운동처럼, 나에게 필요 없는 음식을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식량만 수십억t에 달하는데, 미미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먹거리를 교환하는 활동이 확산하면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경제난 물가 급등 이용자 많아
주민들 김장 소분 포장해 기부


모두의 냉장고를 찾는 주민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경제난이 지속하는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치솟은 물가 속에 도움이 필요한 이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천서흥초는 동구자원봉사센터와 텃밭을 일구는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이 수확한 오이·가지·방울토마토·상추 등 농작물을 모두의 냉장고에 기부하고 있다. 주민들은 초겨울 김장철 가정에서 담근 김치를 소분 포장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찬거리로 내놓는다. 지역 유치원 학생들도 먹거리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모두의 냉장고가 이웃 간 나눔문화를 조성하고, 공동체 이익을 기반으로 주민 간 연대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심 교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나 기후위기에 관해 교육할 때 모두의 냉장고 운영 사례를 활용하고 있다"며 "모두의 냉장고와 연계한 자원순환 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 교육 활동도 오랜 시간 이어나가고 있다. 2015년 시작한 기후위기 대응 교육 프로젝트(초록의 소중함으로 GREEN 지구)는 8년째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과 육식이 초래하는 기후위기 문제를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공동체 기반 사회적 가치 실현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운영


분리배출이 어려운 포장재 사용을 줄여달라는 서한을 기업에 보내거나 지구촌 소등 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심 교사는 "환경교육이 일회성 구호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삶에 기반을 두고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는 공장식 축산업과 육류 소비, 더 나아가 동물권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두의 냉장고와 기후위기 대응 교육 프로젝트 등 많은 이가 자발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2022082601001011400047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