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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의 건축물을 고쳐 최근 문을 연 수원 고등동의 '기억공간 잇-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수원역 일대 업소 건물 리모델링 '전시공간으로 부활'
2021년 완전 기능 상실에 여성단체·지자체가 공들여
종사자 등 구술 기록… 자활센터 '모모이' 작품전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지난해 5월 31일 폐쇄된 이후, 과거의 '흔적'도 함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그 흔적 중에는 우리가 쉽게 말하려 하지 않거나, 애써 고개를 돌리고 마는 것들이 있다.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착취됐던 아픈 역사가 대표적이다.

외딴 섬처럼 단절된 존재이자, 근·현대 시기 수원 도시 발전사의 한 단면이기도 했던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를 마주 보는 전시 '1900~2022 수원 도시와 성매매 집결지 역사 아카이브展'이 수원 고등동 '기억공간 잇-다'에서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다.

'기억공간 잇-다'는 과거 성매매가 이뤄지던 업소의 건축물을 고쳐 이번 전시와 함께 문을 연 문화공간이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를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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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간 잇-다'에서 지난 22일부터 열리는 '1900~2022 수원 도시와 성매매 집결지 역사 아카이브展'.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수원 근·현대 발전의 한 단면이자 그늘인 '이중적 공간'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수원역 일대에 성매매 집결지가 형성되고 유지·변화돼온 과정을 보여주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의 연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한국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 가운데,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어떤 보편성과 지역적인 특성을 가지며 변화해 왔는지 사진과 글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의 폐쇄과정에는 지난한 역사가 있다. 60년이 넘도록 존재해온 집결지는 한순간에 사라진 것도, 성매매 업주들의 '자정노력'에 따라 문을 닫은 것도 아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 이후부터 2021년 집결지가 완전히 기능을 잃을 때까지 여성·인권단체들과 지자체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와 같은 '민관 거버넌스'의 역할을 짚은 아카이브도 전시장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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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간 잇-다'에서 지난 22일부터 열리느 '1900-2022 수원 도시와 성매매 집결지 역사 아카이브展'.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과거이자 미래의 일'인 성매매집결지의 기록과 기억
사라지는 성매매집결지를 기록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실천활동이다. 2010년 이후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와 삶을 기록하려는 흐름도 그와 맞닿아 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될 때까지 머물렀던 성매매 경험 당사자 여성, 이들과 소통하며 버팀목이 돼준 여성인권활동가들의 목소리는 물론 수원에 터를 두고 살아온 수원 시민의 목소리를 수집해 구술로 기록했다. 그동안 말과 기록으로조차 남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는 가늘지만,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전시장 밖의 공간에는 자활지원센터 '모모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든 예술작품도 공간을 빛낸다. 여기에 '깨어 있는 목소리'란 작품은 지난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록과 기억을 위한 기획전시'에서 사용한 펼침막을 재활용한 것이다.

인권 유린의 증언이자 작품에 빼곡히 들어찬 목소리들은 과거의 아픔을 잊어선 안된다는 질책인 동시에 앞으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하는 선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전시는 오는 10월 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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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등동에서 열리는 '1900-2022 수원 도시와 성매매 집결지 역사 아카이브展'.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