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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수도권에서 가장 울창한 산림을 보유한 가평 축령산 자락 해발 약 500m에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가 있다. 가평군은 산업화·서구화로 인한 환경성 질환의 치유를 돕겠다며 2019년 산 깊은 곳에 센터를 설립하고 '숲의약속'이라 이름 붙였다.

시설은 거창할 게 없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메인 건물과 조그만 숙박동 3개가 전부다. 숲의약속은 그러나 수령 80년 이상된 잣나무가 최대로 분포하는 가평의 대자연을 끌어안고 있다. 깨끗한 건물 내부 가득한 나무향기, 창문 하나 열면 훅하고 들어오는 숲내음, 지저귀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고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노라면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환경성 질환자들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숲의약속은 전 구역에서 음주와 흡연을 철저히 금한다. 훌륭한 운영철학과 시설에 비해 저렴한 숙박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공헌 수준의 휴양지다. 바로 옆에는 2014년 개장한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드문드문 펜션이나 볼 수 있던 이 일대는 이제 수도권 최고의 산림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명소가 됐다.

가평군은 '모바일 스탬프투어'를 통해 숲의약속을 다른 관광지에 링크한다. 가까이 아침고요수목원부터 더스테이힐링파크, 쁘띠프랑스·이탈리아마을·스위스마을, 음악역, 레일파크로 외지인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기존 관광지인 호명호수와 자라섬 등도 물론 포함돼 있다.

얼핏 가평에 원래 관광자원이 넘쳐난 듯 보이지만, 이는 불과 10~15년 사이에 민관이 각자 혹은 협업으로 이룬 창조물에 가깝다. 복선화로 떠나버린 옛 경춘선에는 레일바이크를, 추억 속 관광지였던 청평호에는 이국적인 유럽의 마을을, 아무것도 없던 숲에는 시대흐름에 맞춘 휴양시설을 조성하며 어디에도 없는 가평의 색깔을 완성해 가고 있다.

관광 측면에서 특색 없고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좀처럼 벗지 못하는 김포와 같은 지자체가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