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과학자의 진단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자연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른 동식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인류 스스로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안겼다. 그렇다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요한 록스트롬은 인류의 현재를 어두운 산길을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칫하면 절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과학은 자동차가 달리는 앞길을 비춤으로써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전조등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전조등 역할을 해야 한다는 록스트롬의 주장은 온당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금의 인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전조등보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일이다. 과학과 함께 윤리가 요청되는 이유다.
안정적 기후로 문명 꽃피웠던 인류
산업혁명 이후 무리하게 경제활동
자연 망가뜨려 전지구적 위기 도래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문명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일반적으로 문명의 시작을 야생 식물의 작물화와 야생 동물의 가축화를 기점으로 삼지만 사실상 인류가 장기간에 걸쳐 목축과 농경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기회는 오랜 빙하기가 끝나고 1만년 넘게 지구의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지구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무리한 경제 활동으로 자연이 준 선물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연의 균형이 무너져 생물의 다양성이 깨지고 기후가 큰 폭으로 변화하는 등 전지구적인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위기는 전 지구적이고 전 인류적이며 온 생명과 관계된 일로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팬데믹의 와중에 기적처럼 일어난 자연의 회복은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발전과 성장보다는 지속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럼에도 주변을 돌아보면 바뀐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지구 환경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면서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영상에 감탄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하며 경이로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러나 실제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성장의 둔화를 염려할 뿐 성장을 가능케 한 근본인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인다.
성장둔화 염려뿐 환경 보존 무관심
기성 세대 돈벌이로 미래 세대 망쳐
문제는 자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본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낡은 세대다. 자본주의에 반대했던 체 게바라의 초상이 상품 로고로 사용된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본은 무엇이든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다. 그 때문에 기후위기마저도 성장 억제의 동기로 삼지 않고 오히려 자본주의적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만약 그렇다면 낡은 세대가 돈벌이를 위해 다음 세대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삼라만상 중 오직 인간만이 지구를 해롭게 하였으니 우리는 스스로 오염원이 되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씻을 것은 씻어내야 한다.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던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는 10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가두 시위에 나서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위 참여자 가운데 한 소녀가 들고 있던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당신이 아니면 누구입니까?(If not you, who?)', '지금이 아니면 언제입니까?(If not now, when?)', '지금 당장 행동해주세요(Act now)'.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