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가야 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루카치(1885~1971)의 '소설이론'(1916) 첫 대목이다. 100년 전의 문학이론서가 예언서처럼 읽히는 시대가 왔다. '신이 떠나버린 시대'라는 표현처럼 현대사회는 이정표 없는 혼돈의 시대다. 에너지·주식·환율·기후 등 모두 예측이 불가능한 시계 제로의 안갯속 상황이다.
8월 백두산에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중국 남방 지역은 40일째 폭염이다. 유럽의 긴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값 폭등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에그플레이션까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주식의 변동성이 커졌으며, 강남역 주변에도 노숙자가 생긴 지 오래다.
정치권의 이변도 예사롭지 않다. 집권 여당이 신주류와 대표가 당원권 정지와 비대위 효력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더니 법원 판단 한 번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허겁지겁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지만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전에 정무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 등 비서관급 참모진 10여명을 개편하여 윤핵관의 색깔을 빼기로 했다고 한다. 집권 초기 여당의 와해라니, 초유의 일이라 낯설고 생경하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를 비싸게 수입해 와서 저렴하게 팔아 생긴 손실이 5조원을 넘자 결국 오는 10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산업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인상 폭과 수위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정치·경제·기후·에너지·식량문제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총체적 난국에 국민들은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
요즘 전래의 명상 수행법들을 실용화한 '마음 챙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밧진(Kabat-Zinn), 말렛(Marlatt), 크리스텔러(Kristeller) 등 마음 챙김(mindfulness) 이론가들은 현재 있는 순간을 그대로 수용하고 자각하며,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는 거리 두기만 잘해도 스트레스와 불안 및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 어려운 시대 우리 모두 짧은 명상과 마음 챙김으로 심신의 안정과 지혜를 회복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