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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우리나라에서 나온 교과서로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동몽선습(童蒙先習)'이다.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히고 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동몽선습'이다. '천지만물 가운데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 最貴)'로 시작하여 오륜(五倫)과 중국사 그리고 고조선에서 조선의 건국으로 이어지는 한국사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서당의 학동(學童)들이 배우는 초급 한문 교재였다.

'동몽선습'은 인쇄본과 필사본 등 수량이 많아 아직은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책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인사동 고서점에 나가면 '동몽선습'에 '통감', '서사삼경' 등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책들이었다.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 '박통사 언해' 등도 수북이 쌓아놓고 권당 1만원 헐값에 판 적도 있었다. 그때는 주로 TV 사극이나 영화 소품용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팔려 나갔다. 과외선생과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필요한 책들을 사고 용돈이나 충당하던 시절인지라 이런 흔한 책들에까지 미처 손이 갈 여유는 없었다. 만일 30년 전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열일을 제쳐놓고 몽땅 구입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가장 오래된 교과서
누가·언제 저술했는지 아직 밝혀지지않아


'동몽선습'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누가, 언제 저술했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자는 중종 때 군자정(軍資正)을 역임한 박세무(朴世茂)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조 때 나온 '해동문헌총록'의 김안국(金安國)의 저작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김안국을 저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서지학자 남애 안춘근(1926~1993) 선생은 1543년 윤인서(尹仁恕)가 쓴 발문에 저자가 민제인(閔齊仁)으로 기록되어 있는 판본을 근거로 민제인 저작설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는 박세무 저작설에 민제인·김안국 등의 저작일 가능성을 함께 언급하는 방식으로 논란이 봉합(?)돼 있는 상황이다.

안춘근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재학할 당시인 1980년대 말인데, 연구원 장서각에 '안춘근 문고'라고 해서 별도로 자료들이 보관되어 안춘근이란 분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웬만한 인문학 분야의 교수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본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고서 분야에 조금 눈을 뜨고 나서 안춘근 선생이 매우 유명한 서지학자였음을 알게 됐다.

그 뒤 세월이 한참 흘러 마침내 귀한 '동몽선습' 한 권을 소장하게 됐다. 이 책은 지금 내가 근무하는 지혜샘어린이도서관 1층 로비에 전시 중인데, 책의 구조와 활자의 형태로 보아 조선 후기의 목판으로 인쇄된 것이나 제책 연대는 대정 3년 10월(1914년) 경성(서울)에서 출판된 것으로 돼 있다.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책이 김산호 화백의 SF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와 '소년 중앙' 그리고 '동몽선습'이다.

언어능력·사고력 키우는데 책만한게 없어
옛 지식과 선인들의 지혜 이어주는 가교역


옛 책에 대한 이런 관심이 한편으로는 반가우나 책이 흔해진 요즘 오히려 국민들의 책에 대한 관심이나 독서량은 책이 귀하던 시절보다 못한 것 같다. 유튜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전문서적이나 인문서적의 대부분은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서 구입해 주기에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언어능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 책은 옛 지식과 선인들의 지혜를 현재와 미래로 이어주는 정신의 가교이며 독서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처럼 우리 모두는 '함께' '홀로' 살고 있다. 고독이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찾아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한 두 개의 취미를 꼭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책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마음속으로 책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음이 풀리고 기운이 난다. 얼마 전에는 '동몽선습'과 한참 대화를 주고받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