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 주가는 2016년 5월 6만2천7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했다. 2020년 3월엔 2만원 선이 깨지면서 1만9천250원까지 추락했다. 무려 67.27%나 하락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이 초토화되면서 4년 사이 3분의1 토막이 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연간 적자는 5조2천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이었다.
올해 초 2만250원이던 한전 주가는 새 정부 출범 즈음 2만5천원을 넘어섰으나 다시 고꾸라져 지난 24일 2만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보다 달랑 600원 오른 제자리 걸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뒤 기대감은 높아졌으나 당분간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연간 매출 60조원을 넘는 공기업의 시가총액이 13조2천억원에 머물면서 동학 개미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만의 원전 수출이다. 엘다바 원전의 총사업비는 300억 달러(약 40조원)로, 한국이 참여하는 사업은 3조원 규모다. 한수원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엘다바 원전 4기에 터빈 건물과 구조물 80여 개를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한다.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시각이 한수원의 쾌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강력한 원전 육성 및 수출 정책이 연계된 가시적 성과라는 것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정부의 세일즈 외교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생지옥을 경험한 원전 건설업체와 기자재 공급업체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산업기반이 망가진 원전 현장은 참담한 지경이다. 관련 기업들이 줄도산했고, 생계가 막막해진 근로자들 상당수가 타 직종으로 빠져나갔다. 주요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서 인력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내 원자력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 '미래 먹거리'를 단단히 챙겨야 한다. 10년 전으로 미끄러진 '2만 한전'은 동학 개미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앙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