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할인 상품권이요? 들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어요."
30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쓸 차례 음식과 제수용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체로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정부가 고물가 상황 속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구매시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했지만, 정작 이날 해당 쿠폰을 쓰는 소비자들을 보긴 어려웠다.
시장에서 만난 주부 A씨에게 할인쿠폰을 아는지 묻자, A씨는 "온누리상품권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 말고는 따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추석을 앞두고 각 기관마다 장보는 비용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저렴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전통시장에서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급하는 할인쿠폰을 대형마트에선 사용하기가 편리한 반면 전통시장에선 비교적 어렵고 인지도도 높지 않아, 이런 점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대형마트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서민 부담 완화 목적 발행
인지도 떨어져 아는 손님 드물고
마트와 달리 자동적용 안돼 불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17~24일까지 6일간 전통시장 37곳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비교조사를 실시한 결과, 4인 기준 추석 차례상 장보기 비용은 전통시장 29만5천668원, 대형마트 36만3천85원으로 전통시장이 18.6% 저렴하다고 30일 밝혔다.
여기에 정부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등을 사용하면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다며 전통시장 이용을 당부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구매시 최대 30%를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65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내년 예산안에도 해당 쿠폰 발행에 1천69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결제시 자동으로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비플제로페이앱을 통해 '농할상품권'을 구매한 뒤 전국상인연합회가 지정한 시장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 지정한 시장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잘 모르거나 이용도가 낮다.
상인 B씨는 "할인쿠폰을 사용하겠다는 손님을 본 적이 없다"며 "시장마다 되는 곳이 있고 안되는 곳이 있는데, 누가 사용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된 경기도의 '농수산물 할인쿠폰 지원사업'은 전통시장을 아예 사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골목상권을 외면(8월12일 인터넷 보도=전통시장 빠진 경기도 '농수산물 할인쿠폰' 경기도의회 질타)하기도 했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은 "시장마다 사용이 가능한 곳이 갈리고, 같은 시장이어도 사용처가 제각각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불편함 속에 앱을 따로 설치해 상품권을 구매해야 하는 등 과정도 복잡하다"며 "할인상품권을 만들어만 놓고 홍보도 안 하는데 누가 어떻게 알고 시장에 와서 사용하겠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