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1조2천559억원으로, 2020년 7천963억원보다 58%(4천596억원)나 급증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주가(株價)에도 훈풍이 불었다. BTS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2020년 11월엔 주당 42만1천500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비싼 몸' 하이브는 BTS 멤버들 병역 해소 방안이 불투명해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정부는 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들에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1992년 12월생으로, 최고령인 진(본명·김석진)은 오는 12월 입대해야 한다. 주가는 지난 6월 13만8천원까지 밀렸다가 반등했으나 여전히 10만원 후반대 횡보 중이다.
BTS 병역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부가 여론을 묻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데드라인(시한)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하자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BTS 병역문제에 관한 빠른 결정을 촉구한데 따른 답변에서다.
당장 연예인의 병역문제를 '인기투표'와 다름없는 여론조사로 결론지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와 정치권이 중대사안 결정을 미루다 시한이 임박하자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며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는 비난들을 한다. 유사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조사에 의지할 것이냐는 게다.
여론조사 소식이 전해진 날 하이브 주가는 반등했으나 다음날 다시 하락했다. 주식만큼 여론에 민감한 경제시장이 없다. 국민 반응이 싸늘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방부가 "장관 발언은 여론조사가 필요한지를 검토하라는 지시였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가수 유승준(45·스티브유)은 미(美) 국적을 얻어 병역을 피한 죄로 2002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2003년 지인 부친상 때 잠시 귀국한 게 전부다. 비자발급이 번번이 불허되자 소송을 내 2020년 승소했으나 우리 영사관은 이후에도 사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이국땅을 떠도는 그가 BTS에 대한 여론조사 소식을 듣고 '나도'라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