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배_-_월요논단.jpg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의 대 중국 통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렸던 관심이 다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 사태'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금지가 전 세계의 반도체 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긴급경제권한법과 수출관리통제법 등을 통해 첨단기술이나 제품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안전보장을 명분으로 통제에 나선 것은 중국의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천인계획'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인재영입과 첨단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자 기술과 바이오 등에서는 미국을 앞선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은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에 이어 국가핵심역량방위법을 통해 미국 밖의 투자도 통제하는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첨단기술통제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승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안전보장투자법은 기밀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제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6월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보호대상으로 삼을 특정 중요기술 20개를 예고하였다. 경제안보장관을 별도로 설치하여, 컨트롤타워도 정비하였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번영에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 핵심은 공급망의 확보, 첨단기술의 유출 방지, 중요 인프라와 데이터의 보호, 첨단기술의 개발에 대한 지원이다. 특히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 경쟁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AI, 바이오, 로봇, 양자 등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첨단기술을 장악하는 국가가 게임 체인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보호 대상으로 선정한 기술 분야와 인프라를 보면 향후 세계를 좌우할 기술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기술침해 처벌위한 수사 전담 필요
첨단기술 유출 기업도산·국민삶 직결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보호를 위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앞선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기술보호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2015년 국무총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컨트롤타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현재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전략필수 기술은 과학기술정통부, 방위산업기술은 국방부, 영업비밀은 특허청, 외국환과 공급망 정책은 기재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는 인공지능, 바이오, 6G,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로봇, 우주항공, 사이버 보안 등 10개의 첨단기술을 선정하였다. 그런데 다른 선진 국가들은 첨단소재, 양자기술, 핵, 합성생물학 등 20여 개의 첨단기술과 인프라를 선정하고 있다. 첨단기술 관련에 필요한 인력양성 등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첨단기술과 인프라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국가는 첨단기술의 보호와 통제를 위해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수사 기관, 정보부서가 각각 별개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술침해 행위의 처벌을 위해 정보, 수사, 기소, 공판을 일관되게 관리하는 수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술유출로 인한 양형기준을 위해 피해액을 전문적으로 산정하는 기관의 설치도 필요하다. 국가핵심기술과 방위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대응은 외국과의 분쟁 가능성이나 국가주권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해외유출에 대처하는 통제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하다. 첨단기술의 유출은 기업의 도산과 실직 그리고 가족의 해체라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정원 협력 통제시스템 구축 중요
전경련 자체 경제안보 TF신설 주목
정부·기업 등 협조 사령탑 만들어야


어떤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지킬 것인가. 다른 국가에 맞서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첨단기술을 찾아내고,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조직 내에 경제안보 TF를 신설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정부 부처, 경제단체, 기업, 국가정보원 등이 협력하여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할 때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첨단기술의 보호와 지원 그리고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대통령 직속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