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도민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뮤지컬 '한여름 밤의 꿈'의 연습 현장. 어느덧 공연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연습실에서 배우들은 땀을 쏟고 있었다. 숲 속의 정령들이 노는 모습. 뒤죽박죽 짝이 바뀐 연인들이 싸우는 모습, 마법에 걸린 인간과 정령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 등 동작 하나, 대사 하나가 모두 열정으로 넘쳤다.
어떻게 보면 보통의 연습 현장 같지만, 이번 공연에 임하는 배우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거친 경기 지역의 예술인들이기 때문이다.
공개오디션 거쳐 장용휘 감독 연출
한여름 밤의 꿈은 경기아트센터가 '경기도예술회복지원사업'의 하나로 자체 제작한 공연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전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이었던 장용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탤런트 한인수를 비롯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함께 연기를 펼친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아테네를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태백 신시(神市, 국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신화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장 감독은 "원작과 이야기의 큰 틀은 같지만 단군 신화를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했다"며 "특히 밑바닥에 있는 직공들이 귀족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펼치는 극중극을 '견우와 직녀'로 바꾼 것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로 모인 배우들이지만 나이와 경력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점도 이번 공연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까비' 이비안 '석공대장' 이종길…
16~18일 소극장 공연 기대감 상승
'까비' 역할의 이비안 배우는 "많은 선배님이 계셔서 처음엔 긴장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경기도 이곳저곳에서 모인 배우들이 이제는 한팀이 돼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며 "누구 하나 힘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자극이 된다.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황홀하게 느껴진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 배우는 또 "열정으로 부딪히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와 연계되는 부분이라 이번 프로젝트가 큰 힘이 된다"며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공연 제목이 지금의 상황과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연극무대의 베테랑인 '석공대장'역의 이종길 배우 역시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배우는 "경기도에 많은 배우들이 살고 있다. 프로젝트 공연을 하게 되면 여러 방면에서 모여 정보도 교환하고 시너지도 생긴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며 "관객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자부심을 갖고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
여름의 끝자락,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