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도'(이하 공공기여제)를 도입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공공기여제 유형 및 대상지 상황에 따라 추진 실적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여제는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변경 등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해 공공시설 조성 등에 쓰는 제도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도시계획 변경'과 '도시개발사업'으로 나눠 공공기여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계획 변경과 관련해선, 남동구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가 공공기여제 적용 대상지로 적합한지 검토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해당 부지에 42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할 수 있게 도시계획을 변경해달라고 인천시에 제안했는데, 인근에 있는 인천경찰청이 반발하면서 공공기여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민간사업자는 2019년 인천 구월로데오거리 옛 롯데백화점 건물·부지를 매입해 아웃렛 매장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입점 업체를 모집하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는데, 이 일대에 설정된 높이 제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도시계획 변경 관련, 구월동 옛 롯데百 부지 등은 절차 중단 상태
반면 도시개발사업은 '활발' 대상지 20곳 민간사업자와 협의중
규제 완화 대가로 일정 금액을 공공에 기여하는 방안을 인천시와 협의했는데, 인천경찰청이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헬기 이착륙 등 비상 업무에 방해된다"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민간사업자가 낸 공공기여제 관련 민원에 대해 "인천경찰청이 제시한 의견 중 적법한 의견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사전협상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민간사업자, 인천시, 인천경찰청이 다시 협상을 벌여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공공기여제는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서구·연수구·미추홀구 등 약 20곳을 공공기여제 대상지로 선정해 민간사업자와 기반시설 조성 등 공공 기여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서구 A지구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애초 계획보다 완충녹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공공기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절차상 관계 부서와 주민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어 공공 기여 협상이 도시계획 변경 분야보다 원활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옛 롯데백화점 부지에 대한 공공기여제는 인천경찰청과 민간사업자 간 재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공공성·효율성·합리성 확보를 가장 큰 전제로 제도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