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의 세상을 살면서 모든 인류가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 인류가 그래 왔듯이 현재의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더욱 성숙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비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는 것처럼 말이다. 박원종 작가는 '내 영혼의 산책'에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쳤을 때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오직 '살고 싶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주위에 있던 나무 둥지 같은 것들을 끝까지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일찍이 망치를 든 철학자라 불리는 실존철학의 선구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도 이런 인간의 삶의 의지를 상징적인 인물로 '초인(超人)'이란 자신의 철학사상을 펼쳤다. 이는 곧 새로운 인간 유형을 낳았다. 그뿐이랴.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에서 날마다 생과 사를 가르는 처참한 3년간의 고통 속에서도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 1905~1997)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의 의지를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책을 통해서 밝혔다. 그는 그렇게 기적처럼 수용소 밖의 햇볕을 되찾았고 훗날 참혹한 그늘의 증인이 되었으며 정신 의학계에 큰 업적을 쌓았다.
그렇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만 있다면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도 벗어날 수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황을 바꾸거나 아니면 회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통을 회피하면 잠시는 잊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따라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삶을 향한 선택지일 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결국 해법을 찾고 축적된 경험과 지혜는 훗날 괄목상대(刮目相對)한 성과로 이어져 왔다.
스리랑카 출신의 승려 담마난다(K. Sri Dhammananda, 1919~2006)가 쓴 '현명한 사람은 마음을 다스린다'라는 책에 따르면 '현명한 사람과 우둔한 사람의 차이를 구별 짓는 것은 '문제가 생겼다'라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고 한다.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문제는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사람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결국 현명한 사람은 문제에 직면하면 마음을 다스려 해결하는 방식이 엇비슷하지만 우둔한 사람은 각자의 이유를 내세워 접근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결국 이 말은 '문제'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다시 정호승 시인에게 접근해 보자. '(…)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라고 노래하고 있다. 바로 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시련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다. 이는 '당장 행복해지고 싶거든 타인을 도우라'는 말과 상통한다. 코로나19와 지루하게 싸우는 우리에게 상호 위로와 격려의 말로 삶의 의지를 고양하자. '위기는 곧 기회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처럼 위기를 잘 극복하려는 의지는 결국 아픔을 딛고 한층 성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