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미제라블'은 인간이 겪는 어려움을 세 가지로 묘사하고 있다. 자연과의 싸움, 인간들 간의 싸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그러하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자이며 행복한 삶과 성공적인 인생으로 가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붓다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대자유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심리적 유연성 즉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한다.
연휴가 끝나자 일상이 시작됐고, 자신을 잘 추슬러 일상과 일터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특히 팬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모처럼의 진짜 연휴였기에 이번 주는 그 어느 때보다 적응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겠다. 가족·친지와의 반가운 만남도 있었고, 차례와 성묘 등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회복한 것 같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풍경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코로나 대유행이 가져온 신풍속이다. 차례와 성묘가 끝나자마자 감염을 이유로 곧바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었고, 아예 방문과 귀성이 없는 가정도 있었다. 대표적 명절 음식인 송편도 직접 해먹기보다는 사먹는 경우가 이제 대세가 됐다. 이러다 추석이 예전 같은 추석의 모습을 다 잃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걱정인 것은 연휴 이후에 올 사태다. 기상 이변과 전쟁 그리고 공급망 교란으로 생겨날지도 모를 곡물가격 폭등과 천연가스 대란 같은 문제들이 그것이다. 우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식량과 에너지 및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 오는 처지인 데다 9월말까지 유예된 개인부채 상환 만료까지 돌아오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빅토르 위고가 꼽은 세 가지 어려움 외에 금융위기와 부채를 더 추가해야 할 판이다. 개인부채는 개인들의 파산이나 금융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개인과 금융권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니 해결이 복잡하다.
추석 전야를 위협했던 태풍 '힌남노'는 빠르게 지나간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줄었다. 하지만 추석 이후 계속될 경제위기는 장기 체류할 태세다. 정부나 국민 모두 바짝 정신 차려야 견딜 수 있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