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독이 교체되며 다소 어수선한 시기를 보낸 경기도 고교 야구 강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신고는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며 강팀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야탑고는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육대회가 남아있지만 야구 종목은 선발전을 거쳐 지역별로 한 팀만 나서기 때문에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팀을 제외하고는 공식 경기가 끝났다.
25승 4패 '압도적 승률' 성과 주목
이성열 감독 이탈 불구 승부사 빛나
인천고에 노히트노런 달성 기록도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마무리된 13일 기준, 유신고는 25승 4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보이며 2022년을 마무리했다. 2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유신고에서만 보낸 이성열 감독이 올해 학생 폭행 논란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팀이 시험대에 올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신고의 올 시즌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유신고가 올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지난 7월 열렸던 제77회 청룡기 우승이었다. 청룡기에서 치러진 6경기에서 유신고는 상대 팀에 3점 이상을 내주지 않는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다.
청룡기 MVP에 오른 3학년 투수 박시원은 올해 10승 1패 0.85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는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좌완 투수인 3학년 조영우도 올 시즌 5승 1패 1.21의 평균 자책점으로 박시원과 함께 유신고 철벽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올해 유신고 마운드의 힘은 지난달 3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던 제50회 봉황대기 32강 경기에서 나왔다. 인천고를 상대로 유신고가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 노히트노런은 프로 경기에서도 보기 드문 대기록이다.
또 홍석무 유신고 감독의 역할도 올해 유신고의 성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이성열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흔들릴 수 있는 팀을 다잡으며 신임 감독답지 않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김하성 배출 명문 불구 8승8패
반면 메이저리거 김하성을 배출한 야탑고는 올해 8승 8패에 머무르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야탑고 역시 올해 20여 년 동안 야탑고를 맡았던 김성용 감독이 프로야구 인천 SSG랜더스 퓨처스 R&D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최경훈 감독이 팀을 맡았다.
힘찬 시즌을 시작한 야탑고지만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권B 권역에서 3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15승 5패에 3할3리의 팀타율과 2.60의 수준급 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야탑고는 올해 공격과 수비가 모두 좋지 못했다. 올해 팀타율은 2할7푼1리에 그쳤고 팀 평균 자책점도 4.29에 불과했다.
그러나 3학년 투수인 박서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4이닝을 던져 1승 2패에 3.0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마운드를 지켰고 타자들 중에서는 3학년 박세직이 3할2푼7리의 타율에 3개의 홈런과 17개의 타점을 생산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유신고 홍석무 감독이 코치로서 계속 고교 야구 무대를 경험한 것과 달리 최경훈 감독은 올해 고교 야구 무대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만큼 경험이 더 쌓인 내년 시즌에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