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의 방위산업, 이른바 'K방산'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당장 러시아 인접국인 폴란드는 '명품' 무기로 불리는 K9자주포와 K2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을 구매할 계획이다. 실제 계약한 금액만 7조원이 넘는다. K방산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호주, 노르웨이 등으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이 14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개최한 제423회 새얼아침대화에 강연자로 나온 이세환 '월간 군사세계' 취재부장은 "이제 우리 'K방산'이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인데, 방산 부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K방산의 기술 수준이 굉장히 높다. 다만 현대 무기체계에서 장비를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파워' 부분은 약간 뒤처져 있다"면서 "방산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란드와 자주포 등 계약 7조 넘어
현대 무기능력 대부분 SW로 구현
우리나라 반도체 만큼 잘나갈수도
이날 강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K방산'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세환 기자는 "현대 무기체계는 대부분의 능력이 소프트웨어로 구현된다"며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생산된 F-4 팬텀 전투기의 소프트웨어 비중이 35% 정도였다면 현대 스텔스 전투기는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자전, 네트워크전, 그리고 소프트웨어 능력"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세계 수준에 올라서야 비로소 K방산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K방산은 우리나라의 반도체만큼 잘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분석과 설명도 들려줬다. 이세환 기자는 러시아의 승리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이 길게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대대급 부대 운영으로 인한 전술 오류, 낮은 전자전 대응 능력, NATO 동맹국의 무기 지원 등을 꼽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며 전면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러시아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일상생활과 군사작전을 병행하며 전면적인 병력 동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 투입한 병력의 10%에 이르는 8만명의 사상자가 생겼음에도 군의 요구대로 징집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징집 가능 대상자를 출국 금지했고 계속 병력을 보충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전면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