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라면 등 싼값에 먹을 수 있었던 메뉴들도 '서민음식'이라 부르기 어렵게 됐다.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앞둔 데다, 김밥에 쓰이는 채소 가격도 폭우와 태풍 영향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올라 김밥가게나 분식집도 음식값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14일 정오께 찾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김밥가게. 참치김밥 1줄과 라면 1그릇을 주문하는 데 8천원이 들었다. 단돈 5천원이면 김밥과 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던 모습도 예전 일이 된 것이다. 가게 안에서 식사하는 이들에게 제공되던 밑반찬도 가짓수를 줄이거나 비교적 값이 싼 메뉴로 대체한 상황이다.
이 가게 점원인 50대 여성 A씨는 "손님들에게 기본으로 주던 장국 위에 파를 잘게 썰어서 고명처럼 올렸는데, 파 가격도 오르면서 지금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금치는 납품업체에서도 부르는 게 값이라 김밥에 넣는 양을 조금 줄였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에 찾은 미추홀구 숭의동 한 분식집 주인 B(59)씨도 가격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라면과 라볶이 등에 쓰이는 업소용 라면 가격이 올해 들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0개 봉지가 들어있는 라면 1박스 가격이 올해 초 약 1만원에서 현재 1만2천~1만3천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B씨는 "라면 1그릇을 3천원에 팔다가 가격이 계속 올라 3개월 전에 500원을 올렸는데, 라면 회사들이 가격을 또 올린다고 하니 난감하다"며 "지금도 라면값이 비싸다는 손님들이 있는데 여기서 더 올리면 누가 먹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서민음식세트 8천원… 5천원 옛말
폭우 여파 '1줄' 전년比 13.3% 상승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인천지역의 김밥 1줄 평균 판매가는 2천833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평균 가격(2천667원)보다 6.2%, 전년 동월(2천500원)보다 13.3% 올랐다. 김밥의 주재료인 당근과 시금치 등의 가격이 폭우 피해 여파로 오른 영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4㎏) 도매가격은 14일 기준 3만8천700원으로, 1년 전(3만6천316원) 대비 6.6% 상승했다. 지난해 9월 3만5천원에 형성됐던 당근(20㎏) 도매가격은 6만9천440원으로 98.4%나 뛰었다.
라면업계들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농심은 15일부터 라면 26종의 가격을 평균 11.3% 올릴 예정이다. 팔도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라면 12종의 가격을 9.8% 인상하기로 예고했다. 라면 생산에 필요한 팜유와 밀 등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