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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 작가
39명의 집값을 더하니 공시가 기준으로 무려 900억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 결과다. 시가 기준으로는 1천억원을 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모두 종부세 대상자로 올해 1인당 평균 512만원, 도합 6천140만원을 내야 한다. 현 정권은 지난 7월에 시행령을 통해 종부세를 1차로 줄인 바 있고, 이 덕분에 합산 집값이 1천억원도 넘는 39명 관료들의 올해 종부세는 평균 1천100만원에서 600만원가량 줄게 됐다.

정권과 상황에 따라 세금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도 잘만 되면 사회에 이롭다. 하지만 한국의 세금 논박은 정파를 떠나 부실할 때가 적지 않다. 현 집권세력은 이전 정권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의 근거가 잘못됐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오류일 뿐이라며 공세를 펴왔다. 보유세 실효세율의 국제비교는 그저 보유세를 높이려는 통계 왜곡이라는 것이다. 전 정권의 논리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쪽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구할때 분모인
부동산의 총 가격은 국가별로
추계방식 달라 비교 주의 필요


소득세 실효세율이 소득 대비 실제 세금의 비중이라면,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치 대비 실제 세금의 비중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추계할 수 있는 OECD 국가는 한국 포함 현재 15개국이 있다(OECD 회원국은 38개국이므로 'OECD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과장된 말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각국의 최신 자료를 토대로 보면 실효세율이 가장 낮은 네 나라 체코, 오스트리아, 멕시코, 에스토니아의 경우 보유세 총납부액을 알려주는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도 가장 적은 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국가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06~0.07%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2%를 기록한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는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공식 통계이므로 정책의 근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다음으로 실효세율이 낮은 독일과 슬로바키아는 세율이 각각 0.11%, 0.12%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4%로 집계된다. 앞서 4개국보다 실효세율과 보유세의 총량이 조금씩 늘어났다. 다음 차례는 한국이지만 먼저 스웨덴과 핀란드, 네덜란드부터 확인하면 실효세율은 각각 0.19%·0.26%·0.27%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7%·0.8%·1%이다. 가장 낮은 실효세율의 국가로부터 시작하여 일관되게 세율과 보유세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실효세율은 0.17%로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보다 낮지만, GDP 대비 보유세는 1%로 이들보다 많거나 같다. 토지 등 부동산의 값이 더 높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서민위해 줄이기' 포장도 문제지만
'인상이 만병통치약' 강변도 문제


남은 5개국은 보유세 총액이 10위 안에 드는 나라들인데 한 번에 모아서 보자. 앞의 숫자가 보유세 실효세율, 뒤가 GDP 대비 보유세이다. 0.33%·1.7%의 호주, 0.42%·2.4%의 프랑스, 0.52%·1.9%의 일본에 이어 캐나다가 0.79%·3.3%, 영국이 0.79%·3.1%를 기록한다. 캐나다와 영국은 실효세율이 가장 높고 보유세도 가장 많이 걷히는 나라들이다.

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과 거의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국제비교를 할 수 없는 엉터리 통계라고 치부하기엔, 세율이 오르면 세금이 는다는 평범한 상식에 부합한다. GDP 대비 보유세 통계를 신뢰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말 대로라면 보유세 실효세율도 참고해야 할 통계인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구할 때의 분모인 부동산의 총가격은 국가별로 추계 방식이 다르므로 보유세 실효세율의 국제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보유세가 낮음을 보다 잘 보여주는 실효세율 통계가 보유세 인상으로 직결돼야 할 필연도 아니다.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보유세임에도 훨씬 좋은 사회를 만든 나라들도 있다. 서민을 위해 보유세를 줄이는 거라 포장하는 이들도 문제지만 보유세 인상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강변하는 이들도 문제다. 보유세를 올리든 내리든 간에 보다 합리적인 논의가 오가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