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과 상황에 따라 세금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도 잘만 되면 사회에 이롭다. 하지만 한국의 세금 논박은 정파를 떠나 부실할 때가 적지 않다. 현 집권세력은 이전 정권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의 근거가 잘못됐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오류일 뿐이라며 공세를 펴왔다. 보유세 실효세율의 국제비교는 그저 보유세를 높이려는 통계 왜곡이라는 것이다. 전 정권의 논리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쪽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구할때 분모인
부동산의 총 가격은 국가별로
추계방식 달라 비교 주의 필요
소득세 실효세율이 소득 대비 실제 세금의 비중이라면,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치 대비 실제 세금의 비중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추계할 수 있는 OECD 국가는 한국 포함 현재 15개국이 있다(OECD 회원국은 38개국이므로 'OECD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과장된 말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각국의 최신 자료를 토대로 보면 실효세율이 가장 낮은 네 나라 체코, 오스트리아, 멕시코, 에스토니아의 경우 보유세 총납부액을 알려주는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도 가장 적은 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국가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06~0.07%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2%를 기록한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는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공식 통계이므로 정책의 근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다음으로 실효세율이 낮은 독일과 슬로바키아는 세율이 각각 0.11%, 0.12%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4%로 집계된다. 앞서 4개국보다 실효세율과 보유세의 총량이 조금씩 늘어났다. 다음 차례는 한국이지만 먼저 스웨덴과 핀란드, 네덜란드부터 확인하면 실효세율은 각각 0.19%·0.26%·0.27%이고 GDP 대비 보유세는 0.7%·0.8%·1%이다. 가장 낮은 실효세율의 국가로부터 시작하여 일관되게 세율과 보유세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실효세율은 0.17%로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보다 낮지만, GDP 대비 보유세는 1%로 이들보다 많거나 같다. 토지 등 부동산의 값이 더 높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서민위해 줄이기' 포장도 문제지만
'인상이 만병통치약' 강변도 문제
남은 5개국은 보유세 총액이 10위 안에 드는 나라들인데 한 번에 모아서 보자. 앞의 숫자가 보유세 실효세율, 뒤가 GDP 대비 보유세이다. 0.33%·1.7%의 호주, 0.42%·2.4%의 프랑스, 0.52%·1.9%의 일본에 이어 캐나다가 0.79%·3.3%, 영국이 0.79%·3.1%를 기록한다. 캐나다와 영국은 실효세율이 가장 높고 보유세도 가장 많이 걷히는 나라들이다.
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과 거의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국제비교를 할 수 없는 엉터리 통계라고 치부하기엔, 세율이 오르면 세금이 는다는 평범한 상식에 부합한다. GDP 대비 보유세 통계를 신뢰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말 대로라면 보유세 실효세율도 참고해야 할 통계인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구할 때의 분모인 부동산의 총가격은 국가별로 추계 방식이 다르므로 보유세 실효세율의 국제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보유세가 낮음을 보다 잘 보여주는 실효세율 통계가 보유세 인상으로 직결돼야 할 필연도 아니다.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보유세임에도 훨씬 좋은 사회를 만든 나라들도 있다. 서민을 위해 보유세를 줄이는 거라 포장하는 이들도 문제지만 보유세 인상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강변하는 이들도 문제다. 보유세를 올리든 내리든 간에 보다 합리적인 논의가 오가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