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15년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고, 핵심 교과과정으로 독서를 꼽았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도입한 배경이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 상상력, 창의력, 소통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학생들의 절대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탄식이 높았던 터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현장에서도 환영받았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년간 20권의 책을 읽게 된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고 토론하면 수백권의 독서로 확장될 수도 있다. 20권의 책 중 단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학생들도 적지 않았을 테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문인과 저술가들이 '교육부TV(2017.12.18)'에 출연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훈 작가는 "많은 혼란과 의문이 머리에 벌벌 끓게끔 만들어야만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이 된다"며 "선생이 이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시동을 잘 걸어주"는 독서 교육을 당부했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한 권 읽기'가 성취기준과 교수·학습 대상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당장 현장 국어 교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국어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은 학생들이 많다"는 어느 교사의 증언은 '한 권 읽기'의 교육적 효과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물론 현장에선 부작용도 있을 테다. 특히 교사단체 사이의 이념적 지향이 다른 상황에서 독서 교육의 편향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상식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할 일이지 다짜고짜 생략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須讀五車書)는 수준은 몰라도, 10년 동안 20권 정도의 책을 읽히겠다는 의지마저 10년을 못 채우고 포기하면 교육을 책임진 정부 부처라 자부하기 힘들다.
"여러분 각자가 항상 배낭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면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백년의 고독'의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남긴 강연 어록이다. 언제 어디서든 책 한 권 옆에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삶을, 세상을 지킨다. 교육부의 재고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