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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수원특례시장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 8월21일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장례를 치러줄 친인척도 없었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외로웠다. 수원시가 '공영장례'를 지원해 수원의 한 장례식장에서 삼일장을 치렀다. 많은 시민이 빈소를 찾아와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해줬다.

발인 전날 세 모녀의 빈소를 찾아 한동안 머물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수원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세 모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세모녀 주민등록지 달라 복지안전망 못미쳐
마을공동체 중심돼 어려운 이웃 발견 돌봐


지난 7월1일 취임하며 "차별 없는 '돌봄특례시'를 만들겠다"고 시민들께 약속드렸다. 취임사를 통해 시민들이 함께 돕고 살아가는 '돌봄 공동체'가 마을마다 만들어질 수 있도록 수원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씀드렸고, '통합돌봄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었는데,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나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제도를 촘촘하게 만들고, 복지 담당 공직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해도 메워지지 않는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세 모녀도 수원에서 거주했지만, 주민등록지는 다른 도시에 있어 수원시의 '복지안전망'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통합돌봄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통합돌봄시스템은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돼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발굴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행정기관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복지행정을 펼치는 것이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은 어떤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행정기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할 수 있다.

가정 방문이 잦은 집배원·검침원·택배기사·배달기사, 동네 주민을 자주 접하는 종교시설·약국·미용실·부동산중개소·편의점 등에 종사하는 이들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해 복지사각지대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편리하게 제보할 수 있도록 모든 동에 '모바일 메신저 상시 상담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메신저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동행정복지센터에 위기가구를 알리고 복지상담을 할 수 있다.

집배원 등 명예복지공무원 위촉 적극 발굴
효과적 운영되려면 주민들 관심 협조 절실


'세 모녀'와 같이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은둔형 위기가구 자체 발굴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징수과와 상수도사업소에서 지방세 장기체납자와 단수 가구 데이터를 추출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곧바로 생활실태를 확인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삼천리도시가스 등 주민 일상과 밀접한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위기가구 상시 발굴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상담원, 가스 검침원 등이 업무 중에 위기 가구를 감지하면 즉시 수원시에 알리게 된다.
 

우리 시는 '세 모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지난 9월1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임대차 신고제 신고 대상 확대'·'거소지 등록 대상·열람 제한 대상 확대'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는데, 우리 시 건의대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원시가 구축하는 '통합돌봄시스템'이 모든 마을에 안착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주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웃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수원시에 알려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여러분의 참여가 절망에 빠진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우리 시도 복지안전망을 계속해서 촘촘하게 만들어 복지에서 소외되는 시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세 모녀'를 잊지 않겠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들과 힘을 모아 빈틈없는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겠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