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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영 수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경기도가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과 관련하여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도는 추진단을 구성하고 공론장 운영 방식·절차 설계, 공론장 참여자 구성, 공론장 공개 및 홍보, 도민 여론 수렴, 정책권고안 도출 등에 관한 사항을 협치형 방식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숙의민주주의(숙의조사, Deliberative Poll)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의민주제 운영 과정에서 선거 투표율 저하, 시민들의 정치적 소외 심화,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감소, 집단 간 사회갈등 고조 등 문제점을 경험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도의 공론화 자체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 우려되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도, 되레 갈등 부추길 우려
공론화 붙인 합리적 답변 필요

숙의 주체 인근 지역주민이어야
시민 의제 제안권 차단 반민주적
화성시로 특정한 의제도 고쳐야


첫째, 의제 선정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이다. 화성시에서는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의제선정에 대한 반발이 상당하자 화성으로 이전은 그대로 두고 제목만 살짝 수정하려는 형식적 눈가림도 보인다. 문제는 주민들과 시민사회뿐 아니라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도시의원까지 반대를 표명하고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였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중앙부처와 경기도 차원에서 화성시 이전을 의제로 결정한 후 공론화에 붙인 것 자체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번에 경기도가 공론화추진과 관련해 인용한 행정안전부의 '숙의기반의 주민 참여 운영모델'이라는 자료에는 '갈등이 있는 경우에 무리한 공론화 진행은 갈등이 더 악화되고 공론화 결과를 수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숙의 과정을 약화시킴으로써 특정 결과가 도출되도록 악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신중한 설계와 접근이 필요함'이라 밝히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자신들이 인용한 행정안전부 지침을 스스로 어기면서까지 수원 군 공항의 화성이전을 공론화에 붙이는 것에 대한 합리적 답변이 필요하다.

둘째, 숙의조사는 해당 이해관계인의 참여와 숙의가 최우선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설사 공론화를 추진하더라도 먼저 숙의의 주체는 화성시 주민(특히 이전되는 공항 인근 지역의 주민)이어야 한다. 발표를 보면 경기도 전 지역에서 여론조사용 표본 집단 2천명을 선정하고, 그중에서 다시 무작위로 숙의단 100명을 선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수원 군 공항과 무관한 경기북부, 남부의 주민들이 숙의단에 포함된다는 것은 이해관계인의 폭넓은 참여와는 거리가 멀다. 숙의조사는 이해관계인이 숙의를 통해 난 결론을 비록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스스로 수용하는 민주적 과정이라고 할 때, '결과에 대한 수용'과 상관없는 주민을 숙의단에 대거 포함시키는 것은 숙의조사와는 배치된다.

셋째, 이번 경기도 공론화추진 조례 10조에 의제 제안권을 도지사에 한정하였다. 대의기관인 도의회, 주권자인 시민의 의제 제안권을 막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또한 도지사가 의제를 제안하더라도 기초단체에서 심한 갈등이 표출되거나, 해당 지역의 재산권, 환경권 등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사표명이 있을 경우에는 도 차원의 공론화 이전에 기초단체에서의 공론화 추진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시하는 것이 풀뿌리 숙의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조례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수원시 군 공항 이전 지역을 화성시로 특정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수정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경기도는 수원시 군 공항의 이전이냐 폐쇄 여부에 한정해 공론화를 추진하면서, 만약 이전으로 결정될 시 군 공항 유치 희망 기초자치단체에서 우선 주민 숙의조사를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국한해야 한다. 그것만이 첨예한 갈등의 용광로인 수원 군 공항 문제를 숙의민주주의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송재영 수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