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사, 인테리어 업체 등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통상 가을철에는 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거래절벽이 계속되면서 이들 업체의 일감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포장이사 업체를 운영하는 A(46)씨는 일감이 줄어든 올 가을이 낯설기만 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가을만 해도 이사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왔고, 평일에도 아파트나 주택 포장 이사를 처리하느라 한창 바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기면서 이사를 하는 집들도 줄어들면서 예년보다 일감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고 한다.
A씨는 "가을에는 손 없는 날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 영향을 받고 있다"며 "가을이 오기 전에 사람을 더 뽑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존의 인력들조차도 일거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동구의 한 인테리어 업체 대표 B(39)씨도 이사 수요 급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사를 하면서 도배나 집 내부 인테리어를 함께 하는 수요가 많은 9~10월이 매출을 올리기 좋은 시기지만, 올해는 다소 부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B씨는 "유가가 올라 페인트와 플라스틱 자재비도 같이 뛰어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이사 때문이 아니어도 인테리어 견적을 내기 위해 문의하는 분들이 작업 비용을 듣고 (인테리어를) 안 한다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이사까지 수요가 줄어드니 작년만큼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9~10월 호황기 일감 3분의1 ↓… 유가 상승 자재값 비용 부담 가중
인천 작년比 주택거래량 60% 급감… '부동산 거래절벽' 여파로 타격
인천지역의 주택거래는 1년 새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인천지역 주택매매 통계를 보면, 지난해 7월 7천101건이었던 거래량은 올해 7월 2천818건으로 60% 넘게 급감했다. 아파트 거래 역시 지난해 7월 3천514건에서 올해 7월 1천41건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6개월 평균 거래량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지난해 하반기(7~12월) 2천705건에서 올해 상반기(1~6월) 1천321건으로 반 토막 나는 등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금리가 오른 것도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요인이 됐다. 집값 하락으로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지만, 주택 규모를 넓히거나 더 좋은 주거환경으로 집을 옮기기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수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을 시세보다 1억~2억 이상 낮게 책정해야 계약 도장을 찍을 만큼 신규 전세 계약이 작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 입장에서 시세를 크게 깎아서 신규 계약을 할 바에는 기존 임차인과 다시 계약서를 쓰는 게 손해를 덜 보는 상황"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서도 금리 부담을 피해 재계약을 하는 게 좋은 만큼 새로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