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 축의 형성은 흔히 프레임을 짜는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 대 반민주, 전쟁 대 평화, 기업 대 노동의 구도 등 프레임은 수없이 많고 선거구도를 짜는 문제는 선거전략의 핵심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을 바꾸는 것은 갈등을 치환함으로써 가능하다.
결국 정당이 경쟁구도를 만들고 갈등을 조직화해서 선거에 임하고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갈등이 해결의 단초를 열어가게 하는 것이 정치다. 투표는 갈등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두 거대정당, 尹정부 들어 대립 날로 심화
야, 당대표 범죄혐의 비호… 여, 내부 분란
1987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그해 말 치러진 13대 대선과 1988년의 13대 총선 때 등장한 4당 체제의 지역구도로 전환됐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합당이 거대여당인 민주자유당을 탄생시키면서 지역구도 역시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로 짜여지고, 이때부터 지역주의 정치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이렇듯 갈등의 치환은 정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정치가 어느 정도의 편향성을 띨 수밖에 없고 선거도 이의 연장에서 치러진다. 그러나 한국정치처럼 경쟁하는 두 거대정당이 거의 모든 사안에서 충돌하고 의견이 다른 것은 갈등의 조직화를 통한 선거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갈등은 어떤 쟁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여야의 대립 정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두 정당의 경쟁 축이 민생이나 경제와 관련된 이념 차이에서 연유한다면 이는 정상적 갈등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가 경쟁의 축이 되고, 정당의 선거전략의 일환에서 갈등 축을 적절히 형성함으로써 선거승리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갈등 축들은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의 범죄 혐의를 비호하기 바쁘고, 국민의힘은 당 내부의 분란이 민생과는 무관한 갈등 축을 생산하면서 확대재생산에 여념이 없다. 과거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둘러싼 신구 정권과의 갈등, 대통령실 이전 리스크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윤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며 야당 대표의 비도덕적 태도도 갈등을 부추기면서 민생과는 거리가 먼 갈등 축들이다.
'백성을 쟁송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게 좋은 정치'(必也使無訟)라는 '논어' 구절에는 못 미치더라도 야당 대표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수많은 송사에 연루되어 있다면 최소한의 삼감과 도의적 책무를 느껴야 한다.
민생과는 먼 갈등의 축 민망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 위선·거짓 얼룩진 쟁투에 '무력감'
이러한 여야의 민생을 도외시한 그들만의 갈등 축들은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4년 계약직에 불과하다는 자기비하와 조롱의 언어를 만들고 말았다. 한국정치는 비스마르크가 얘기한 '정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명제에 맞지 않는다. 어떠한 당위와 규범적 명제도 우리 정치에는 통하지 않는다. 정치권의 자기 이해를 향한 숨가쁜 탐닉을 제어할 국민적 에너지도 정치적 리더십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치는 필요악으로 제도로서 기능할 것이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선거를 향한 무한욕망들의 거친 경쟁들은 끊임없이 상대를 적으로 모는 갈등들을 재생산하고 치환해 나갈 것이다. 누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규범만이라도 정치에 접목할 수 있을까.
국민은 언제까지 위선과 거짓으로 얼룩진 그들의 쟁투를 무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다가올 수 없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