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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9일 '한국 경제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OECD가 38개 회원국가에 2년마다 정책보고서를 제공한다. 각국의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점검한 결과이니 아픈 지적이 많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국가 재정지출이 늘어나 현재 50%인 정부 부채비율이 2060년에 140%를 넘을 것이라 경고했다. 퇴직연령 연장, 연금개혁, 기초연금 재설계를 서두르라 촉구했다.

가장 뼈저린 비판은 '황금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다. 개인들이 명문대 진학, 대기업·정부 취업 등 낮은 확률의 황금 티켓을 잡으려 '올인'하는 사회적 현상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드롬이 교육과 직업훈련제도를 왜곡하고,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칸막이를 치는 바람에 청년 고용 하락과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OECD가 지적한 대목은 우리가 경제 선진국에 진입한 이래 끊임없이 고민해 온 국가적 숙제이자 사회적 현안이다. 그런데도 아픈 이유는 국제사회가 한국적 병리현상을 국가위기와 경제실패 사례로 주목하고 이를 설명할 용어를 작명하기에 이르러서다. 숨겨 온 치부를 들킨 느낌이랄까.

'황금티켓'인 대기업, 정부,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순간 사회적 신분은 안정되고 상승한다. 일단 티켓을 거머쥐면 노조와 제도가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문제는 티켓의 수가 제한적인데 있다. 티켓 획득에 실패한 다수는 비정규직, 중소기업, 자영업을 맴돌거나, 황금티켓 획득을 꿈꾸며 배달 플랫폼에 청춘을 갈아넣어야 한다. 결혼도 출산도 뒤로 미룬 채 말이다.

OECD는 신드롬 치유 방안으로 정규직 보호 완화와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이라는 얘기다. 우리도 알고 수많은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현장에서 거부당하고 실패했다. 노조는 해고 없는 노동에 집착하고, 대기업은 노조와 규제를 피해 해외투자를 늘린다.

'오징어 게임'이 괜히 한국에서 탄생한 게 아니다. 사다리를 타고 칸막이를 통과한 소수만 생존에 성공하는 현실은 드라마보다 냉혹하다. '오징어 게임'의 OECD 버전이 '황금 티켓 신드롬'인 셈이다. 게임 규칙 변경과 신드롬 치유를 위한 대혁신이 시급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