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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께 인천 서구 검암동 김모씨 집 화장실 세면대에 흙탕물이 나오고 있다. 2022.9.20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자꾸 이러면 수돗물을 믿고 쓸 수 있겠습니까?

인천 서구 검암동 일대 수돗물에서 흙탕물 등이 2시간 넘게 나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앞서 2019년 이른바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등을 겪었던 서구 주민들은 또다시 목격된 더러운 수돗물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오후 2시께 찾아간 인천 서구 검암2지구 일대 가정집과 상가 등에서는 이날 낮 12시께부터 흙탕물이나 녹물 등으로 보이는 수돗물이 나왔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문모(52)씨는 "손님들 머리를 감겨야 하는데 수돗물 색깔이 이상해 손님들께 양해를 구했다"며 "어쩔 수 없이 그 물로 머리를 감고 간 손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일대 음식점 상인들은 붉은색 수돗물이 나온 시점이 점심시간과 겹쳐 큰 피해를 봤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제일 바쁜 시간인데 물을 쓸 수 없어 음식 준비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설거지도 제대로 못 해 쌓아만 놨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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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찾은 인천 검암 2지구의 한 식당에 붉은 수돗물로 인해 미처 하지 못한 설거지 더미가 쌓여 있다. 2022.9.20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인천시는 2019년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서구 검단·검암·청라 지역에서 속출했고, 급기야 학교 급식까지 중단하는 등 피해가 커졌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처음엔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서구에 이어 중구 영종과 강화군 등지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오자 그제야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인천 공촌정수장 등에 유입된 깔따구 성충이 낳은 알이 가정집 등으로 흘러들어 가는 사태가 빚어졌다.

인천시는 이후 상수도 점검을 강화하고, 위생 관리 시설을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인천 수돗물은 지난해 9월 전국 광역시 최초로 국제표준기구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인천의 수돗물이 엄격한 관리하에 생산·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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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또다시 서구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검암동 주민 김모(35)씨는 "지난번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며 "이 물을 아이들이 쓴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안하다. 뭘 믿고 수돗물을 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낮 12시께부터 2시간여 녹물 등으로 보이는 붉은 물 나와
상수도본부 "소화전 방류 원인" 필터 빼고 물 틀것 권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뒤늦게 원인 파악에 나선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검암2지구에서 진행된 소화전 방류 중 수압 변화로 인해 붉은 수돗물이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흐린 수돗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응길 인천상수도사업본부장은 "예상치 못한 흐린 수돗물 발생으로 불편을 겪고 계신 검암2지구 주민들께 죄송하다"며 "조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관련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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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찾은 인천 검암 2지구의 한 소화전에서 방류된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2022.9.20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상수도사업본부는 소화전 방류 조치를 통해 안정화 작업을 벌이며 아파트와 학교 등에 저수조 유입밸브 차단을 안내했다. 또 맑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가정에는 수전 필터를 빼고 수돗물을 방류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는 수질 안정화 작업이 지연될 경우 인천 수돗물인 '인천하늘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적수 사태를 겪은 인천시는 수돗물의 옛 이름인 '미추홀참물'을 버리고 올해 3월부터 '인천하늘수'를 사용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