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세기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영국도 일상을 회복하고 이제 찰스 3세의 즉위식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만 여왕의 장례식이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을 외교 참사라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에는 조문객들이 관에 안치된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대면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뷰잉'(viewing)이라는 문화가 있다. 영화에서 자주 접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민주당 공세의 핵심은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을 직접 알현(viewing)하지 않았으니 조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탁현민은 "육개장 먹고 발인만 보고 온 것"이라 했고, 김의겸 의원은 "조문을 안하고 육개장만 먹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을 상갓집 육개장만 축낸 사람으로 만들었다. 청와대는 영국 왕실의 안내와 의전에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조문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참사 수준으로 영국의 조문 의례를 모욕했다면 영국 언론부터 난리가 났을 테다. 장례식장에 늦게 도착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줄 세운 나라가 영국이다.
그런데 우리끼리 웨스트민스터홀 뷰잉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장례식 참석 중 무엇이 진짜 조문인지를 두고 정쟁을 벌인다. 문상객끼리 조문 예법을 놓고 멱살잡이를 벌이니 상주 입장은 황당할 테다. 답답했던지 SBS 시사프로그램이 20일 주한 영국 대사에게 무엇이 진짜인지 물어봤다. 콜린 크룩스 대사는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자체가 "조문"이라며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 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영국 왕실에 유권 해석이라도 요청할 기세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영국 방문 중에 호텔 로비에서 조문단 일행과 팝송을 합창해 구설에 올랐다.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비난과 옹호 여론이 들끓었다. 상갓집에서 고성방가? 육개장만 먹었다고 몰아대는 우리 야당에겐 단박에 대통령 탄핵거리였겠다.
캐나다 야당 의원의 촌평이 인상적이다. "총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노래를 불렀다고 문제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보헤미안 랩소디 대신 더 나은 노래를 고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의 격이 나라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도 있나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