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인천고등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시도 고법을 유치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천시가 인천연구원에 맡긴 '인천고등법원 설립 타당성 및 파급효과 연구용역' 결과물에는 수도권 서부 지역의 사법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고법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수도권 남부 지역은 수원고법에서 맡고 있듯, 인천시민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도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지법은 인천과 경기 부천·김포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가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민사·가사 사건 항소심만 맡고 있어서 행정·형사 합의부 사건 재판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천시민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이 항소심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고법까지 대중교통으로 평균 1시간 3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천은 지속해서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로, 사법 서비스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행정소송 1심이 10년간 81.1% 늘어남에 따라 항소심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10년간 지역 내 항소심 증가 비율은 형사소송 6.8%p, 가사소송 47.8%p, 민사소송 28.7%p로 집계됐다.
연구용역 결과 '양질의 사법 서비스 제공 위해 유치 필요' 내용
전문가들 "수원시 사례 바탕 지자체 주도 적극 활동 벌여야"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인천고법 설치 시 연간 항소심 소송 건수를 1천844건으로 추정했다. 이는 대구고법에서 접수하는 항소심 건수보다 많은 수치다. 이 외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분권적인 사법 서비스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에 고법 설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연구용역에서 나왔다.
인천시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대책을 수립하고, 민관이 참여하는 '인천고등법원 유치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시민사회와 정치권, 정부에 인천고법 설치의 필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수원시가 수원고법을 유치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인천시가 고법 유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수원시는 지역에 고법을 유치하기 위해 민관 추진위를 만들고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인천 역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시민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회와 사법부 등 관계 기관을 설득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 변호사는 "유정복 인천시장을 중심으로 인천시가 고법 유치를 위한 여론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가 처리하지 않는 행정사건이 늘어나는 현실적 여건과 인천에서 발생한 사안이 인천에서 마무리되는 자치분권 차원에서 인천고법 설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