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葬事)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사람과 유사한 종으로 분류되는 침팬지, 오랑우탄 등 유인원(類人猿)도 동료의 죽음과 관련한 특별한 의식이 관찰되지 않는다. 지능이 높다고 하는 코끼리는 새끼나 무리 내 구성원이 죽으면 냄새를 맡고 한동안 떠나지 않는 등 애도의 시간을 보낸다. 까마귀와 제비 등 일부 조류도 이와 비슷한 습성인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사체를 땅에 묻거나 나뭇잎 등으로 가리지는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체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살과 뼈는 동물의 먹이가 되고, 미물의 번식을 돕는다. 조장(鳥葬)은 이 같은 자연계 순환고리에 가장 근접한 장사법(葬事法)으로 꼽힌다. 시체를 들에 내놔 독수리가 쪼아먹게 하는 원시적인 풍속이다. 예전 중국의 남쪽 지방에서 유래돼 현재는 티베트 일부 지역에 전해지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활용하는 '퇴비장'을 허용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인간 퇴비화 매장'을 2027년부터 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시행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했다. 친환경 장례를 선택할 권리를 고인과 유족에게 부여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가톨릭계 단체는 수년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반대해 왔으나 법제화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퇴비장은 풀, 나무, 미생물을 활용해 시신을 30∼45일 동안 자연 분해한 뒤 퇴비용 흙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유족이 이를 공공 토지에 퇴비로 기부하거나 고인이 잠든 퇴비용 흙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방부 처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과정이 없어 매장이나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란 평가다.
퇴비장의 법제화는 처음이 아니다. 워싱턴주가 2019년 처음 도입한 이래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가 뒤를 이었다. 비용은 7천 달러(약 970만원)로 화장보다는 조금 비싸고, 매장보다는 다소 저렴한 수준이다.
장사법은 지역과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르나 매장과 화장이 대세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다는 선한 정신에도 불구, 조장이 사라지는 건 본능적인 거부감과 혐오에서다. 퇴비장에 대한 반감도 조장 못지 않아 보인다. 죽은 육신(肉身)으로 생명을 살리자고 하나, 영별(永別)하는 심정도 존중돼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