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 지나 현장에 가보니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숙소에 외국인들이 거주하며 일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이주 노동자는 이 숙소를 두고 "이 정도면 숙소 중엔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아주 가까운 가족도 공장 컨테이너에서 꽤 긴 기간 머물렀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컨테이너 안이 냉골로 변하는데 바람만 막아줄 뿐, 안이나 밖이나 온도가 같아진다고 한다. 두꺼운 외투와 밤새 켜둔 전기난로만이 차가운 밤 자신을 지켜주는데 보일러가 아닌 난로는 언제든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잘 잤어?" 안부 인사로 밤새 품은 불안감을 해소하곤 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화재에 취약한 간이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영세 기업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할 테고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쓰는 공장이 더 열악할 것이다. 근근이 공장 살림을 꾸려갈 영세 경영자에겐 부디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길, 화재가 나지 않길 바라는 것만이 최선이다.
현장 기자는 실패한다. 약속한 취재원이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하고, 생각했던 현장과 실제 현장이 달라 취재가 어긋나기도 하며, 막상 갔더니 취재할 것이 없어 빈손으로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 컨테이너 숙소처럼 현장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 가지 않고 답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번 가서 답을 가져오지 못하면 두 번 가는 것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답을 찾을 때까지 현장에 간다. 현장 기자는 실패하지만, 그래서 실패하는 자만이 현장 기자가 된다. 경인일보 사회부는 간이 숙소에 머무르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현장에 갈 것이다.
/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