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죽었다는 선언은 시인의 다급한 절규다. 그 어떤 외침보다 절실하고 눈앞에 닥친 위험보다 큰 울림이다. 길이 왜 죽었을까. 교통수단의 길, 방도를 나타내는 길,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 사람은 길이 아니면 방향을 잃고 헤매다가 수렁에 빠지는 연약한 존재다. 길은 그런 나약함에서 만들어진 방향타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개척되어 사용되었으나 점차 길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들판이나 나무가 우거진 숲을 일구려고 찾아다니다가 점차 익숙한 발판이 되어 개인이나 집단의 정착에 의하여 이제는 길이 없다면 살아갈 방도가 없다. 어떤 명화나 영상 또는 문학적인 표현에도 길이 없다면 아름다움과 상상의 날개가 보이 사람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길이 죽은 것이다. 김봉균 시인은 타는 듯한 숯빛의 아스팔트에 덮여 신음하는 길에 섰다. 함께 숨이 막히다가 틈을 비집고 나온 풀꽃을 본다.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깊은 상처를 받는다. 죽은 길에서 나온 생명이 마치 삶의 길에서 헤매는 사람과 같지 않은가. 이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길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그게 사람이 사는 길이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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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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