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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청렴강사
'잠자는 교육보다 요동치는 교육이 낫다'라는 말이 시사하듯, 보수교육의 중시조 임태희 교육감의 글로컬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IB'교육과정이 본격 구체화 되고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은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주관한 국제공인 교육과정이다. 1968년 유럽에서 외교관 등이 국가 간 빈번한 이동으로 일관된 교육과정을 받기 어려운 직원 자녀를 위해 도입되었다. 개별 학교나 교육 체계를 따르는 것이 아닌 국제 학위 사무국 자체 평가 기준이 적용돼 IB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이를 인정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학생 연령과 학업 목적에 따라 초등·중등·디플로마·직업연계 4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각 프로그램은 개별 교과 범위를 초월하여 연결의 중요성과 교과 학문 간의 관계성 탐구, 세계에 대한 학습에 중점을 두며, 융합 및 연계에 기반을 둔 교수 학습 접근을 강조한다. 학생 맞춤 성장 및 평가 등 교육적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지난해 1월 기준 161개 나라 5천464개 학교가 IB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한국어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에 이어 여섯 번째 IB 공식 언어로 포함되기도 하였다.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공인 과정
한국어가 6번째 공식 언어 포함돼


지방교육 자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시·도교육청이 어떤 거버넌스 시스템을 선택하느냐는 교육의 역사적 전승, 문화적 전통, 경제·사회 발전 수준에 따라 다르며 도민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 교육총량의 4분의 1 규모인 경기도교육청에서 IB교육과정의 도입은 일대 혁신적 조치로 세계교육사의 흐름에 비추어 시의성이 있다는 일선 교사들의 전언이다.

IB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학교 13년 사이에 '기초학력·보통학력 미달자' 급증으로 인하여 학부모가 외면한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환경 등도 변수가 아닌 주요 상수(常數)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한경대 총장 시절 "초·중·고교 교육 방향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결과 대학 입시가 더는 대학 전유물이 아닌 초·중·고교 교육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며 "IB 교육 도입이 교육문제를 종합적으로 끌어내고 나아가 대학입시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는 기초가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따라서 IB가 초·중·고교의 '교육과정-수업-평가' 및 '대학진학'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정교한 설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IB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도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다. 예를 들면, '초·중학교 프로그램'은 복수 교과 간의 통합교육을 지향하며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교과중심의 성격이 강하지만 이를 융합적인 지식론과 과제논문으로 보완하는 구조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서로 다른 교과와의 핵심 개념을 연관해 사고하는 훈련이 요구되는데 IB교육과정은 그처럼 설계되어 있다. 필자가 1991년 국외연수에 미국 워싱턴 '워킨스 밀' 초등학교 방문 기회가 있었다. 당시 '수지 오'라는 한국계 교감 말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설명식, 암기식 교육과 미국의 토론 수업이 접목되면 이상적인 교육이 될 것 같다는 말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시의성 있다는 일선 교사들 전언
파장 고려… 정교한 설계가 있어야
성공위해 인물 객토 필요한 시점


교육정책은 절대 선(善)이나 절대 악(惡)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정책 패러다임이 180도 바뀌었다. 이제 진보교육감 13년 '혁신학교'는 수명을 다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그간 경기교육 우산종을 자처하며 혁신교육 나팔수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성서 구절이 시사하듯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좌파이념의 성에 고아한 성채(城砦)를 쌓아놓고 혁신교육 전사임을 자임하다, 어느 날 갑자기 IB 구름판 연결고리에 헌 동아줄 새 동아줄을 찾는 몸부림은 간계(奸計)일 뿐이다. 이는 인사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교육자 '양심의 저울'에 비추어 볼 때 인지부조화의 전형으로 곰팡이 슨 민낯이다. 경기도교육청의 IB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 인물의 객토(客土)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청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