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악명(?) 높은 보건의료 현실을 비꼰 미국 한 카툰의 묘사이다.
현대 국가의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은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조국(天助國)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암 치료를 받다 파산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파산의 66%는 의료 관련 문제에서 비롯되고 이 때문에 해마다 약 50만명씩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밀려난다. 미국의 수많은 서민층 청년들이 단순히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군에 입대하는 지경이다.
독일인의 90%는 병원비 청구서를 구경할 일조차 없고 프랑스에서는 환자가 많이 아플수록 의료보험 보장이 더 커진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분야 지출은 1970년의 6.3%에서 2018년에는 17.9%로 증가했으나 보건산업의 생산성 제고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영국의 1인당 보건비 지출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국인은 미국인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산다.
미국 병원들은 '더 높은 효율성'을 구실로 합병에 합병을 거듭하지만 의사 등 직원들의 급여만 눈덩이처럼 커질 뿐 실효성은 의문이다. 병원을 위한 현금인출기가 되어버린 노인 환자들은 대개 병원의 소득원 역할을 하는데 이런 환자들 다수는 의료보험을 통해 보조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증가에 무관심이다. 생산성은 별로인데 의료비만 급증하는 것이다.
건보재정 2018년 적자 전환후 3년 연속 진행
적립금 2029년 소진… 2040년엔 678조 누적
보건부문에 국한하면 한국은 천국(天國)이다.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못 받는 국민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달 말 일부 척추병원들의 '추석맞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비 할인' 광고들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정부가 뇌, 척추 등 질환 MRI에 건강보험 적용을 허용한 것이 발단이다. 수십억원의 MRI 장비를 사들인 영세한 병원들이 비용을 회수하려는 고육책이었다.
도덕적 해이는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지난해에 1인당 150회 이상 진료를 받은 사람은 총 18만9천여 명으로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만 1조9천억원으로 2017년보다 4천억원이나 늘었다. 작년에 500회 이상 진료받은 환자수도 532명에 달한다. 백내장 수술은 2016년 51만여 건에서 2020년에는 70만여 건으로 수술 건수 국내 1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인 실손의료보험의 손실액도 격증했다. 의료보험 곳간은 먼저 빼먹는 사람이 임자여서 과잉진료 유혹이 커질 수밖에 것이다.
지난해 의료기관이 환자진료에 사용한 요양급여 비용은 95조4천억원으로 2020년의 86조6천억원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대대적인 건보 보장률 확대를 폈던 소위 '문재인케어'가 재조명되는 이유이다. 문재인정부는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을 62.6%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비급여 보장을 확대했다. 건보 재정은 2018년 적자로 전환한 이래 3년 연속 적자행진 중이다. 이대로라면 건보 적립금은 2029년에 전액 소진되고 2040년에는 누적적자가 67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관계자는 "고령자가 늘면서 지출도 점증해 보험 급여비 100조원시대가 임박했지만 보험료 수입 확충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다.
의료품질 제고에 비해 지출 속도 너무 빨라
비효율 부문 결국엔 국가경쟁력 갉아 먹어
사회가 진보할수록 '더 빠르게', '더 좋게', '더 싸게' 의식에 보편화 된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은 갈수록 '더 빠르게', '더 좋게', '더 싸게'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보건분야가 이런 추세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글쎄올시다"이다. 의료품질 제고에 비해 의료비 지출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동일한 의료보험 체계였다면 의료비로 인한 양극화 속도는 엄청날 터여서 천만다행이나 편치만은 않다.
20세기의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윌리엄 J. 보몰(1922∼2017) 미국 뉴욕대 교수는 생산성은 낮은데 비용이 턱없이 높은 경우를 '비용 병폐(cost disease)'라 명명하고 이런 비효율 부문들이 결국에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경고했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