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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급격한 도시성장은 때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지역민들은 개발에 밀려 뿔뿔이 흩어지고, 지역을 상징하는 역사는 점차 중요성을 잃게 된다.

역사와 상징성보다는 개발 이후 지역의 이미지와 상품성을 높이는 일명 '브랜딩' 행위가 많아진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런 감정들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그 브랜드에 가치와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하남시에선 풍산동이 대표적으로 '브랜딩'이 행해지는 지역이다. 풍산동에서는 수년 전부터 명칭변경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역사성 등을 중시하는 원주민과 '미사'란 명칭을 앞세운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이주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풍산동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이 시행된 시기에 정해진 명칭으로 100여 년의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원주민들에게는 '풍산'이란 명칭이 친밀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주민들은 단일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지역 이미지까지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미사는 하남지역에서 대표적인 신도시 명칭으로 통하고 부동산 시장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미사강변도시 택지지구 개발 당시 풍산동은 선동, 망월동, 덕풍동과 함께 개발지역에 포함돼 미사란 명칭으로 행정동 개편이 추진됐지만 유일하게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주민 숙원 사업으로 풍산동의 명칭 변경이 추진됐지만 예산 확보 실패로 또다시 미뤄졌다.

내년에는 올해 미뤄진 절차가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칭 변경이 필수 조건인 만큼 타협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사업에 행정력을 낭비할 수 없는 만큼 이젠 문제점을 공론화시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