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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간편식의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야식으로, 식사대용으로 또는 해장용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라면을 먹는다. 라면 없는 한국의 일상문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작년 한국인들의 라면 소비량은 1인당 73개로 베트남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를 했다. 베트남은 87개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라면은 전후 식량난과 미국의 잉여 농산물인 원조 밀에서 비롯됐다. 전후 일본은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었고, 이때 미국에서 들어온 공짜 밀가루를 이용하여 탄생한 것이 '라멘'이다. 개발자는 오사카에서 메리야스 사업을 하던 타이완 출신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1910~2007)로 중국식 본명은 우바이푸(吳百福)다. 모모후쿠는 1958년 중국인들이 국수의 부패를 막기 위해 기름에 튀긴 유면(油麵)을 응용하여 국수를 튀겨 말린 후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수가 되는 치킨 라멘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라면의 원조다.

이 치킨 라멘의 뒤를 이어 묘조식품을 창업한 오쿠이 기요스미(1919~1973)는 치킨라멘을 더욱 발전시켜 양념 스프를 별도로 제공하는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었다. 삼양식품 대표 전중윤(1919~2014)은 기요스미의 도움으로 1963년 9월 15일 '즉석 삼양라면'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식 라면의 시초다. 이후 한국 라면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김치·불고기·비빔밥·컵밥·만두 등과 함께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됐다.

라면값이 원료 가격 상승과 물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농심과 삼양이 이미 가격을 올린 가운데 오뚜기 식품도 라면 가격을 11%나 올린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제 곡물가 시세에 따라 라면값이 오르고 또 오르는 '또또'의 상황마저 올 수 있다. 27일 기준 원화가 1달러당 1천427원으로 자유낙하 중이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41만명에 평균 대출금이 4억7천만원이라는데, 기준 금리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최근의 라면 등 식료품 가격 상승의 본질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상황에서 국민들의 긴급한 한 끼 식사요, 속풀이 음식인 라면마저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