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천400원대로 치솟으며 산업계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존 수출기업의 특혜는 사라졌고,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무역수지는 갈수록 악화돼 수출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각종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특수를 노리던 항공업계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천421.5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9.80원 내리긴 했지만 이날 개장과 동시에 1천430원대를 넘어섰고, 전날에는 최고 1천435.1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천4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3월 금융위기 당시 1천436.0원을 기록한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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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급등 추세를 지속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에는 10원 가까이 하락하며 1,420원대 초반에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8원 내린 달러당 1,421.5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9.27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며 여행심리가 폭발해 매출 증대를 기대했던 항공업계는 치솟는 환율로 고심이 깊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났지만 환율 영향에 따른 외화환산손실로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유연탄 등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원/달러, 전거래일 대비 9.80원 내린 1421.50원에 장마감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출 특혜 없어… 산업 전반 먹구름


특히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170만t의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2조원 규모의 매출액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더해져 철강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 수출을 하는 도내 중소기업들도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그대로 유지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보다 원/달러 환율 사정이 나았던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중소기업 수출전망 및 수출입 중소기업 물류애로 실태조사'에서조차 30.5%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불안한 대외 여건으로 1천45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원/달러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며 "대외 달러 강세 환경과 더불어 대내적으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무역수지 적자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하락 전환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