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가 지난 1일 개방한 '영흥숲공원' 조성 과정에서 수령 20년 이상의 나무 20여그루를 베어내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영흥숲공원은 수원시 영통구 일대 50만1천937㎡에 조성돼 축구장 70개 넓이에 이르는 도시공원으로, 2014년부터 시작한 1단계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1일부터 시민들에게 산책로와 체육관 등 일부 시설을 임시 개방했다.
그러나 시는 조성 과정에서 공원 인근 300여m 길가에 위치한 20년 수령의 가로수 20여 그루를 베어냈다. 인근 통행량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지난 여름 한때 이곳 길을 따라 나무들이 밑동만 드러낸 채 방치됐으며, 현재는 새로 포장된 도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로 확장하려 20여 그루 베어내
시민 원성… 별도 심의절차도 없어
전문가 "보존 취지 맞게 기준 세워야"
영통구에 15년 거주했다는 정모(50대 여성)씨는 "그늘도 시원하고 보기에도 좋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도로 확장은 불가피했으며, 가로수들이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거해야만 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가로수팀은 "나무들의 뿌리가 다른 토양에 적응할지 불확실했으며 높이가 10여m에 이르다 보니 이식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결정 과정에서 조례에 따른 심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는 2021년 제정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 따라 가로수 조성관리에 관한 사항은 시의원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해당 가로수들은 별도의 심의를 생략하고 지자체 개발 부서의 판단과 자문만을 토대로 진행됐던 것이다.

앞서 성남 분당구에서도 한 호텔공사 현장 인근에서 도로 확장을 목적으로 수령 30년 이상의 가로수 70여 그루가 제거되기도 했다. 분당구는 옮겨심은 후 활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목은 제거해도 된다는 조례를 근거로 가로수 제거를 승인하고 시행업체로부터 한 그루당 40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는 기존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조례가 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행정편의나 비용 문제에서 벗어나 가로수를 보존하려는 취지에 맞게 기준을 세우고, 결정 과정에서 전문적인 판단과 자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