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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우리는 새로운 세계문학 지도가 그려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서구의 명작들이 비서구의 언어로 번역되어 고전의 지위를 차지하는 과정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문학을 비롯한 비서구 문학이 서구어로 소개되는 과정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별히 서양의 출판사에서 한국문학을 자발적으로 앞다투어 번역하거나 출판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해졌다. 우리가 번역하여 소개해달라고 애원하던 시대는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된 것이다. 세계문학 시장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펼쳐가는 이러한 가능성을 일러 혹자들은 'K-문학' 혹은 '문학 한류'로 명명하는데, 한국문학이 인류의 문화자산을 풍요롭게 할 것으로 폭넓은 기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확장 가능성으로 충만한 지금, 한국문학은 단순한 번역과 소개를 넘어 세계의 심장부로 진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세계 흐름과 함께하며
새로운 문화예술 환경 반영해 가야


이처럼 서구 일변도의 번역 문화가 다원화되어가는 시대에 한국문학은 번역과 해외출판, 세계문학과의 교류, 차세대 번역가 양성을 통해 세계문학의 일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한류문화 콘텐츠 차원에서 한국문학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그 역할은 역량 있는 번역가들이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해온 그동안의 노력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 강국인 우리가 비대면 국제 문학교류를 활성화하고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하는 문학행사를 적극 펼쳐간 것도 역설적으로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서구권은 이미 문학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데 비해 한국은 아랍이나 아시아, 남미와 함께 문학적 전통이 살아 있는 편이다. 언어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그쪽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퍽 반기는 흐름 속에서 그동안 한국문학의 해외소개와 문학교류에 정부와 민간 모두가 전력을 기울여온 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써오던 '세계화'라는 말은 한국문학을 바깥에서 알아달라고 호소하던 시대의 수동적 술어이다. 이제 세계화보다는 세계문학, 출판시장의 당당한 일원으로 그 위상과 가능성을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라는 개념으로 귀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걸음은 세계인이 함께 읽는 한국문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과연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역량 있는 한국문학 생산을 강화하는 한편, 양질의 번역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함께하면서 새로운 문화예술 환경을 반영해가야 한다. 가령 '남과 북의 문학',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 '다문화 환경의 문학' 등을 메타적, 실물적으로 담아내면서 더욱 그 세계를 확장하고 심화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류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신장시키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첩경이 되어줄 것이다.

K문학 보급·민간주도 가치 결합땐
문학의 위상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
정부, 진용 갖춰 기능 확산되길 소망


문학은 한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궁극적인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이를 접하고 누리는 이들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게끔 하는 문화예술의 한 영역이다. 그 점에서 아무리 영상매체가 주도적 예술로 자리 잡아간다고 해도 문학을 통해 경험과 생각을 계발해가는 과정은 전혀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문학은 인간이 세계를 알아가는 데 더없이 필요하며, 언어를 통해 감동과 사상을 키우는 변함없는 역할을 해갈 것이다. 특별히 국가가 문학 창작과 번역과 연구와 향유의 저변 확대와 내실화를 위해 나서준다면 개인 차원의 일로만 여겨졌던 문학의 순환 회로는 더욱 탄탄하고 견고한 공공적 구조를 가질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 많은 작가들이 해외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였다. 그래서인지 한국문학은 한류문화의 원천 콘텐츠로서 가지는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가가 설계하고 집행하는 K-문학의 보급 확산과 민간 주도의 가치 확산이 잘 결합한다면 이러한 문학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직 새 정부의 문화예술계 인적 구성이 완비되지 못했다. 하루 빨리 역량 있는 진용을 갖추어 이러한 한국문학의 심층적 기능 확산이 가속화되기를 소망해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