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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Robot)은 외계인(Alien)과 더불어 SF 장르의 단골 소재다. 20C 중반까지는 인간계 너머의 초월적 능력을 지닌 전투용 로봇이 주류였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슈퍼로봇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시다. 마징가 제트와 태권브이가 대표 캐릭터다. 디지털 촬영기법이 발전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도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엔 인간과 동일외모에 감정을 지닌 휴먼로봇이 친숙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 연출한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SF 수작(秀作)이다. 환경파괴로 곤경에 처한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에 궂은 일을 시켰다. 산아를 제한해 자녀 역할도 맡긴다. 대량생산으로 수요를 채우고, 쓸모가 다하면 폐기한다. 인간과 생김이 같고 감정을 나눌 정도의 지능을 갖춘 인조물이나 언젠가는 버려지고 마는 운명인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 입양된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진짜 아이가 자라면서 버려진다. 데이빗은 자신이 인간이 되면 엄마의 아들로 되돌아갈 것이라 믿고 파란 눈의 요정을 찾아 나선다. 공원 동상을 보고 요정이라 여긴 데이빗은 인간이 되게 해달라 소원한다. 2천 년이 지나 인류는 멸하고, 외계인은 유전자 복원으로 데이빗과 엄마를 살려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다. 엄마와 만나 행복한 한때를 보낸 데이빗은 처음으로 단잠에 빠져든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옵티머스'란 테슬라 로봇을 공개했다. 무대 뒤 벽이 갈라지며 등장한 옵티머스는 양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팔을 비틀기도 했다.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박수와 함성이 터졌고, 옵티머스는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머스크는 "작년에는 그저 로봇 옷을 입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크게 발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옵티머스의 움직임이 굼뜨다고 한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는 걷고 뛰고 춤추고, 백덤블링도 한다. 금융계는 '주가 부양용 아니냐'고 평가절하했다.

머스크는 완전자율 주행차 출시를 자꾸 미루고 있다. 옵티머스 상용화도 2~3년 뒤라고 얼버무렸다. 그나마 기대치를 밑도는 범작(凡作)이다. '우주시대 개척자' 일론 머스크가 체면을 구겼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