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여파로 싼값에 품질 좋은 물건을 구하려는 '불황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4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미추홀구 한 리퍼브 매장. 이곳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품에 일부 하자가 있어 반품된 물건들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박모(40)씨는 "조명이나 무드등 같이 작은 제품들은 가격을 많이 따져보고 사는 편인데, 리퍼브 매장에 종류가 많고 다양해 종종 찾는다"며 "식비라든가 기름값 등 고정된 생활비 지출 부담이 커진 탓에 다른 지출은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남동구 한 대형마트에서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유제품과 식료품을 한곳에 모아둔 특가 진열대에 소비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주부 이은희(43)씨는 "마트에 올 때마다 식품 가격이 인상된 걸 보고 물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르는 걸 느낀다"며 "오늘 저녁 메뉴로 필요한 어묵이나 베이컨 같은 식품은 유통기한이 짧더라도 10~20% 할인된 걸 사는 게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내 과일·채소 판매대에서는 외관에 약간의 흠집이 난 무와 당근, 감자 등이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채소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에 과일과 채소 가격도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를 구하기 위해 이 코너에서 채소를 살펴보는 고객이 늘었다는 게 점원의 설명이다.
싼값·고품질 '불황형 소비' 늘어
대용량·증정행사 물품 매출 증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2% 중반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를 넘긴 뒤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 7월 6.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에 도달했다. 8월 들어 5.7%로 소폭 하락했지만,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 등이 최근 들어 잇따라 인상되면서 최종 물가 상승률은 6%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대용량 제품이나 증정 상품 관련 매출도 늘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 7~9월 대용량 생필품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나 증가했다. 대용량 휴지(59%)와 세제(47%), 비누(40%) 등의 소비가 늘었고 과자 매출 역시 대용량 크기의 제품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1+1'이나 '2+1' 등 증정 행사 음료 매출도 같은 기간 77%나 늘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유통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같은 제품이어도 용량이 큰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