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돼지를 키워 출하한 지 3~4달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코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지니 정말 죽을 맛입니다."
4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있는 양돈농가에서 만난 조규성(51)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 강화도와 접해 있는 경기 김포시 하성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약 3년 전인 2019년 9월 강화도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강화지역 양돈 농가는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다. 당시 강화지역 39개 양돈 농가에서 4만3천602마리의 돼지가 땅에 묻혔다. 강화지역에 남은 12개 양돈 농가들은 지난해 1월부터 겨우 돼지를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김포의 한 양돈 농가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서 돼지를 도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도축장은 강화지역의 대부분 양돈 농가들도 이용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강화지역 양돈 농가들은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에 막혀 키우고 있는 1만8천여마리의 돼지를 일절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5월 출하에 앞서 사비를 들여 농장 진입로 50여m 구간에 전염병 확산을 막아주는 생석회를 두껍게 깔고, 농가를 드나드는 차량에 혹여라도 묻어 있을 병원균을 제거해주는 고압 세척기를 설치했다. 이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조씨는 "돼지 출하를 제때 하지 못해 돈사가 비좁아져 최근 돼지 2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생기고 있다"며 "3년 전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강화에도 넘어올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2019년 살처분… 작년 1월에 재입식
발병 김포농가와 동일 도축장 확인
郡 "유입 막도록 거점소독 등 온힘"
다른 양돈 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씨와 마찬가지로 돼지 출하가 막힌 김찬수(47)씨는 "김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니 남 일 같지 않다"며 "강화에 지난번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 또다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강화군청 축산과 관계자는 "이동제한이 된 돼지를 대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강화도에 유입되지 않도록 거점 소독 시설을 운영하는 등 방역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