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음성안내설비 르포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리모컨을 사용해 편의점에 설치된 음성유도기를 사용하고 있다. 2022.10.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띵동! 이 소리가 우리에겐 이정표가 돼요."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김은지(가명)씨와 편의점에 가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김씨는 한 손에는 스틱을,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었다.

평소 자주 가는 편의점이라며 걸어가던 김씨는 목적지 10m가량 앞 사거리에서 멈춰 섰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리모컨을 꺼내 누르자 편의점에선 음성 안내가 흘러나왔다. '띵동, ○○ 학익현광점입니다.'

김씨는 리모컨을 누를 때마다 출입문 위에 달린 '음성유도기'에서 나오는 음성 안내에 따라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출입문 앞에 바로 섰을 때 음성유도기의 소리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리모컨을 눌러 음성 안내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자신의 위치를 조정한 김씨는 편의점 출입문 옆 난간을 피해 안전하게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김씨는 "음성유도기가 없으면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워 문을 코앞에 두고도 손으로 벽을 더듬어야 한다. 예전에 약국을 가려다가 옆에 있는 미용실로 들어간 일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2월부터 편의점 등 40곳에 달아
가게 동의할때 건물주 반대하기도
"지자체·기업 관심 지원 등 필요"


청각, 촉각 등에 의존해 걷는 시각장애인의 이정표가 되는 음성유도기는 올해 2월부터 인천에 40개가 설치됐다. 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의 지원을 받은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띵동! 소리 e-음' 사업의 일환이다.

음성유도기는 시각장애인 관련 시설과 근처 약국, 편의점, 카페 등에 설치됐다. 지역별로는 미추홀구 14곳, 남동구 7곳, 서구와 부평구 각각 5곳, 연수구와 동구 각각 3곳, 중구 2곳, 계양구 1곳이다.

음성유도기 설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가게 주인이 음성유도기 설치에 협조하겠다고 해도 건물 주인의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있었다. 반복적으로 울리는 음성 안내에 주변 아파트에서 소음 관련 민원이 생기기도 했다.

11일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전영훈 사회복지사는 "시각장애인은 매일 가는 익숙한 장소인데도 중간에 차량 등 장애물을 만나면 목적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음성유도기가 여러 곳에 설치되려면 지자체와 기업 등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건물주 등 시민들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