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삶의 질 결정할 만큼 가치 커
투기 관점 아니라면 장기 소유 기본
첫째, 주택은 투기적 관점이 아니라면 장기간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주요 도심에서 재건축되는 아파트들은 지은지 40년 이상 된 주택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는 40년 이상 주택을 소유한 조합원들을 품고 있다. 앞서 정부가 언급한 것처럼 주택의 평균 보유기간이 약 10년에 이르는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 등 금융 자산의 상당수가 3개월이나 6개월 혹은 1년, 2년, 3년 단위의 짧은 기간을 만기로 설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과 금융자산 사이에는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주택은 사람의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재에 해당 된다. 의식주 범주에 포함되는 자산으로서 생애주기 관점에서 본다면 40대 이후의 연령이 되면 자연스러운 내 집 마련을 통해 가족과의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특히 한번 매수 의사를 결정하면 향후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거나 이직, 병가, 파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본인 소유의 집을 놔두고 전월세 시장에 다시 들어가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좋은 입지의 물건은 매물로 잘 안 나오는 매물 잠김의 경향성도 지닌다.
셋째, 주택은 권리를 보유한 실물 자산이다. 최근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도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실물에 해당하는 주택은 현금이나 주식 등의 자산들과 달리 물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택의 분양가에는 늘어난 인건비는 물론 자재 비용, 토지 매입 가격, 물류비, 금융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되므로 주택은 물가 상승 요인들의 총합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과거 보다 늘어난 세금이나 이사비, 인테리어 비용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증가 등은 덤이다.
넷째, 주택은 가격 변동이 심한 자산은 아니다. 주식 등의 금융 자산은 1년 동안 50% 수준의 등락이 일상적일 정도로 변동성이 심한 반면 주택 등의 부동산 자산은 연간 10% 수준만 움직여도 급등 혹은 급락한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과거 세종특별시 일대의 매매가격이 1년 만에 50% 이상 급등했던 경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은 아니다. 즉 다른 자산들과 달리 안정적인 가격 움직임을 보이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내 자산가들 대다수가 부동산 자산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우스갯소리로 코인이나 주식 등 금융투자를 통해 번 돈으로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이 부동산이라는 말도 회자된다.
다섯째, 주택은 진입 장벽은 높은 자산이다. 주식, 예금 등의 금융자산은 단돈 만원으로도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주택의 경우는 지방에 있는 다소 허름한 집이라고 하여도 수천만~수억원을 호가한다. 게다가 취득세와 재산세 등의 세금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에게는 쉽게 넘보기 어려운 자산이다.
실물 주택은 물가상승 요인들 총합
가격 변동 심하지않아 자산가 선호
거래 경직성 높아 환금성은 떨어져
마지막으로 주택은 다른 자산과 달리 거래의 경직성이 높아 환금성이 크게 떨어진다. 최근에 역대급으로 낮은 거래량이라는 기사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택은 매수자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며 최근처럼 거래가 급감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거래가 어려워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주식 등의 금융자산은 환금성이 우수해 언제든지 매도가 가능한 편이다. 다만 바꾸어 표현하자면 주택의 이러한 낮은 환금성으로 인해 평균 보유 기간이 10년에 이르는지도 모르겠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