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해주는 집밥은 곧 멸종"
친구와 농담이 곧 현실될 것 같아
얼마 전 장민영 음식탐험가와 김태윤 셰프가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나누는 토크 세션 'IN TO THE WILD'에 다녀왔다. 인도네시아는 관광지로 유명한 발리 외에는 잘 모르는 나라였는데 1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전혀 다른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4개 지역을 일주일씩 순회했다는데 바닷속부터 야생 열대우림, 대도시 자카르타까지 지역도 다양했다. 길거리 음식부터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섭렵하고 온 셰프가 재현해 내놓은 다양한 식감의 인도네시아 샐러드 '가도가도'와 달큰한 '떼보틀'까지 곁들여지니 한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어딘가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인도네시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떼보틀은 딱 달달한 자스민차여서 음료의 맛만 놓고 보면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국적인 향신료 향이 가득한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나중에는 왜 같이 먹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이국적인 이야기와 맛있는 음식을 나눈 것만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준 자리이기도 했다.
다이빙을 즐기는 두 분이 직접 찍어온 바닷속 생물들과 인도네시아의 생생한 풍경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수온 상승으로 죽어가는 산호들, 산호의 죽음과 함께 파괴되는 바다의 생태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라면과 과자에 쓰이는 팜유 생산을 위해 잘려나가는 밀림, 밀림에서 살다가 주거지를 잃고 애완동물로 팔려나가는 오랑우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는 '루왁커피'를 만들기 위해 학대당하는 사향고양이까지…. 1년에 2㎜만 자란다는 열대우림의 나무는 몇 백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데 그 나무를 베어내고 인간은 오로지 팜유를 얻기 위해 기름야자나무 한 종만을 잔뜩 심는 짓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식감을 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도네시아 음식의 특성을 반영한 샐러드 한 그릇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비위생적이라고 눈살을 찌푸렸을 발리의 전통시장 풍경을 새롭게 마주했다. 살아 있는 닭과 닭고기 간에 거리가 존재하지 않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풍경이라고 말이다.
인도네시아 음식 소개 '토크 세션'
비위생적 전통시장 새롭게 다가와
한끼 작은 변화, 삶을 바꾸는 계기
먹거리의 문제는 꼭 동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너무 흔하게 마시고 있는 커피나 홍차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참여했던 워크숍에서 만난 김화용 작가는 "근대 이후 차의 역사 특히 홍차의 역사는 제국주의 식민의 역사를 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탈식민을 감각하는 차'를 블렌딩해 참여자들에게 내어주었다. 아삼, 다르질링 그리고 실론을 적절히 배합하고 얼그레이의 시트러스 향과 꽃향을 살짝 얹어 진하고 깊은 홍차는 지금까지 먹었던 차 중에서도 최상급이었지만, 차를 마시는 내내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여전히 손가락 쇼핑으로 모든 식자재를 조달 중인 나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제철 재료를 먹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지금 내 식탁 위에 올라오는 먹거리들은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없고, 매일의 한 끼를 바꿔내는 작은 변화야말로 어쩌면 삶을 바꾸는 가장 큰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지은 문화평론가